올해도 벚꽃이 피었네!
"올해도 살아서 벚꽃을 보고 있습니다. 사람은 평생에 몇 번 벚꽃을 볼까요?"
- 일본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 -
올해도 벚꽃이 피었네. 바람에 흩날리는 연분홍 꽃잎을 보며, 문득 시인의 말을 떠올린다. “사람은 평생에 몇 번 벚꽃을 볼까요?”
그동안 나는 몇 번이나 벚꽃을 보았을까. 어린 시절, 엄마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본 벚꽃. 직장인 시절, 직원들과 사진을 찍으며 웃던 벚꽃. 그리고 이제는 혼자 조용히 걸으며 바라보는 벚꽃.
돌이켜보니 학창 시절의 벚꽃은 기억에 없구나...
벚꽃은 늘 같은 모습으로 피어나지만, 그걸 바라보는 나는 매년 조금씩 변해왔다. 기쁜 날에도, 힘든 날에도, 벚꽃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맞아주었지만, 나는 해마다 다른 감정으로 그 앞에 서 있었다.
벚꽃을 볼 날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았을까. 어릴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세는 버릇이 생겼다. 인생을 백 년으로 잡고, 스무 살부터 제대로 꽃을 본다고 해도, 고작 여든 번. 이미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숫자로 헤아리니, 그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종종 ‘내년에도 볼 수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꽃을 지나친다. 하지만 내년에도 꼭 볼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피어난 이 꽃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벚꽃은 짧게 피고, 순식간에 진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그러니 지금 피어난 이 순간을 더 소중히 바라보아야겠다.
올해도 살아서 벚꽃을 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이구나.
*사진: 송파 둘레길: 2025 04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