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피어나는 마음
- 봄, 다시 피어나는 마음
오래 기다렸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마침내 봄이 찾아왔습니다. 얼어붙은 마음 끝에도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창가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으면, 봄이 조용히 내 어깨를 토닥입니다. 마치 수줍은 처녀처럼, 말없이 다가오는 계절입니다.
어떤 시인은 봄을 ‘처녀’에 비유했습니다. 여름은 어머니, 가을은 미망인, 겨울은 계모라 했지요.
가을의 쓸쓸함과 겨울의 차가움을 지나, 봄은 그 모든 상처를 어루만지며 다가옵니다. 생명과 희망, 희열과 평화가 네 장의 악장처럼 흘러옵니다.
마음은 조용히 그 교향악을 따라 움직입니다. 아주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거리에는 어느새 꽃이 피었습니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앙상했던 가지마다 생명이 피어오릅니다.
그 풍경은 마치 세상이 다시 태어나는 듯한 기적입니다.
봄은 늘 그렇게, 아무 말 없이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꽃은 말하지 않아도 피고, 우리는 그 꽃 앞에서 다시 살아가고 싶어 집니다.
봄바람은 특별합니다.
'혜풍(惠風)'이라 불리는 그 바람은 살며시 뺨을 스치고, 마음속 묵은 슬픔마저 가볍게 날려 보냅니다.
그 부드러운 바람 속에는 겨울을 견뎌낸 사람들만이 들을 수 있는 위로가 숨어 있습니다.
꽃처럼 살고 싶습니다.
봄날의 꽃들처럼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조용하지만 깊은 향기를 남기며.
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닙니다.
봄은 다시 살아갈 용기입니다.
다시 피어나는 마음입니다.
*석촌호수 벚꽃 나들이(2025 04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