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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공항에서 서늘한 생각 하나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by 글사랑이 조동표

토요일 오후 세 시, 도쿄 하네다 공항 제2터미널의 항공사 라운지에 앉아 있다. 주말 오후라는 말이 무색하게 공항은 놀랄 만큼 조용하다. 라운지 안을 둘러보니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라고는 여덟 명 남짓. 간단한 점심을 먹는 이들은 서너 명뿐이고, 오히려 종업원이 더 많아 보인다.


이 한적함이 낯설어 안내원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보통 이 시간대는 조용합니다. 아침에만 붐비죠.”

그의 대답처럼, 공항은 그저 태연하게 한산하다. 활주로 밖으로 눈을 돌리니 펄펄 끓는 태양 아래 활주로는 아지랑이로 일렁이고 있다. 오늘 도쿄의 기온은 섭씨 35도를 훌쩍 넘는다. 햇살은 예사롭지 않다. 가히 ‘폭력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거리에서는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양산을 들고 다니고, 어떤 이는 얼굴 전체를 가린 채 무장하듯 걷는다. 잠시라도 그늘을 벗어나면 숨이 턱 막히고, 몇 분만 햇볕 아래 서 있어도 어지러울 지경이다. 나는 문득, 도대체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살아야 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이 기온, 이 햇살이, 단지 ‘올여름’의 일탈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새로운 일상’이라면 어떨까. 내 자녀, 그리고 아직 어린 손주들이 있다면 그들이 지금 내 나이에 도달했을 즈음엔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한 사람의 지구인으로서, 나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나름 애쓰고 있다.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타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적게 소비하려 노력도 해본다. 하지만 나 혼자만으로는 결코 바꿀 수 없는 현실이 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리에게 닥칠 ‘커다란 재앙’은 결코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더운 날씨에 식은땀이 흐르다가도, ‘두렵다’는 감정이 스치면 오히려 등골이 서늘해진다.

무섭도록 뜨거운 이 여름 속에서, 나는 조금 일찍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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