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과 르누아르, 두 거장의 시선을 따라

예술의전당 특별전 관람기

by 글사랑이 조동표

세잔과 르누아르, 두 거장의 시선을 따라

– 예술의전당 특별전 관람기 –



추석 연휴, 고요한 서울의 거리는 미술관을 찾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명절에는 도심의 차량이 줄어 한결 여유로워진다. 강남과 강북, 여러 전시장을 오가며 예술을 만나는 하루는 도시가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잔과 르누아르〉 특별전은 인상주의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두 거장의 작품을 나란히 마주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전시는 여섯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두 화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회화사의 한 흐름을 체험하게 했다. 섹션별로 두 거장의 작품을 동시에 관람하며 비교해 볼 수 있는 귀한 만남이었다.


명작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점은 아쉬웠지만, 안내 책자를 참고하여 감상문을 작성해 본다.



Section 1.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거장


전시의 서두는 두 화가의 대표작으로 시작된다. 르누아르는 꽃과 과일을 화사한 색채로 그려 일상의 따뜻함을 담았고, 세잔은 정물과 기물을 기하학적으로 배열해 구조와 긴장을 강조했다.

같은 대상을 그렸음에도, 르누아르의 화면은 삶의 향기를 불러일으키고, 세잔의 작품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다. 이 대비가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었다.



Section 2. 야외 풍경


세느 강변 풍경, 숲 속 나무, 언덕 위 마을... 인상주의 화가들이 즐겨 찾았던 ‘야외’의 주제다. 르누아르는 빛과 공기의 흐름을 화면에 담아 순간의 감각을 붙잡았고, 세잔은 풍경을 구조물처럼 단단히 세워 올렸다.

르누아르 앞에 서면 마음이 자유로워지고, 세잔 앞에서는 세계가 무게감을 얻는다. 풍경을 보는 두 태도는 마치 삶의 두 얼굴처럼 느껴졌다.



Section 3. 정물에 대한 탐구


딸기, 사과, 레몬... 르누아르는 풍부한 색채와 부드러운 붓질로 과일의 생명력을 살려냈고, 세잔은 여러 각도에서 대상을 분석해 불안정 속의 질서를 찾았다.

매일의 밥상 위 사소한 것들조차, 예술가의 눈길을 통과하면 철학적 탐구의 대상이 된다. 그림은 내가 놓치고 있는 일상의 깊이를 일깨워 주었다.



Section 4. 인물을 향한 시선


세잔과 르누아르는 인물화에서도 다른 길을 갔다. 르누아르는 가족과 아이들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그렸고, 세잔은 거칠지만 진중하게 인물을 응시했다.

같은 인간을 두고도 화가는 서로 다른 진실을 발견한다. 사람을 볼 때 나는 웃음을 먼저 보는지, 아니면 내면의 고독을 먼저 보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Section 5. 폴 기욤의 수집


20세기 초 유명한 컬렉터였던 폴 기욤은 두 거장의 작품을 수집하며 후대 미술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가 없었다면 세잔과 르누아르의 작품이 오늘날처럼 주목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예술은 창작자만의 것이 아니다. 작품을 발굴하고 지켜낸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 그림들 앞에 설 수 있는 것이다.



Section 6. 피카소가 사랑한 두 거장


마지막 섹션은 피카소의 작품으로 이어진다. 그는 세잔에게서 구조적 힘을, 르누아르에게서 인간적 온기를 받아들여 자신의 회화 세계를 열었다. 두 거장의 영향은 피카소라는 또 다른 거장에게 이어져 20세기 미술을 이끌었다.

예술의 계보가 이렇게 이어진다는 사실은 감동적이었다. 한 사람의 시선이 또 다른 세대를 열고, 그 울림이 우리에게까지 도달한다는 것.



전시를 마치며


전시장을 나서자 바깥 빛이 르누아르의 색채처럼 따뜻하게 보였고, 가로수는 세잔의 구조처럼 단단하게 느껴졌다. 오늘의 관람은 단순한 그림 감상이 아니라,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흘려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내게 남겼다.



- 관람 정보와 팁


전시명: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세잔과 르누아르》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울 서초동)


기간: 2026년 1월 25일까지


관람 팁:


명절 연휴, 특히 추석과 설에는 도심이 한산해 미술관 방문이 편리하다.


강남의 예술의전당과 강북의 국립현대미술관, 시립미술관을 연계해 하루 코스로 즐기면 알찬 문화 산책이 된다.


전시 도록과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하면 작품의 배경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전시장은 섹션별로 주제가 뚜렷하므로, 각 공간에서 잠시 멈추어 대비를 음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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