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미아 제2부 2장 2화

회장과 '그' 제1편: 욕심은 후계자를 버린다

by 글사랑이 조동표

강남역 미아 제2부 2장 2화

- 회장과 '그' 제1편: 욕심은 후계자를 버린다


1. 늦은 세대교체, 빠른 균열


그는 종종 같은 장면을 떠올렸다.

회의실 한쪽 벽에 걸린 조직도.

인사발령 공지.

그리고 말끝을 흐리는 사람들.


누구도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

다만 눈빛으로만 합의했다.

'회장은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세대교체는 언젠가 해야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언젠가’는 늘 회장의 손끝에서 미끄러졌다.


2004년, 만 77세에 서울 글로벌 사업부의 회장이 되었고 몸은 늙어가고 있었지만,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늙음을 인정하는 순간 권력이 빠져나간다는 걸, 회장은 본능처럼 알고 있었다.


“내가 아직 현역인데, 뭘 벌써부터 바꾼다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작은 목소리로 사람의 기를 꺾었다.

그 말이 떨어지면, 더 이상 반론은 없었다.

반론을 제기하는 순간, 그 사람은 ‘찍히는’ 것이었다.

그는 그걸 너무 많이 봐왔다.


하지만 말이다.

조금만 더 일찍 한국인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면,

회장이 조금만 덜 버텼다면,

조금만 덜 ‘노욕’을 부렸다면...

회사도, 사람도, 모두가 덜 다쳤을 것이다.


하지만 과욕은 늘 타이밍을 망쳤고, 결국 회장은 물실호기를 스스로 불러들였다.


회장 부임 후 12년이 지나자, 본사의 아시아 사업부 책임자였던 일본인이 한국 글로벌 사업부 법인장을 겸임하며 부임했다.


그 순간 회사는 외피를 뒤집어썼다.

‘일본인이 직접 경영하는 한국 법인.’

이 순간 회장은 일선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고야 말았다. 한국 나이 90세였다.


법인장은 일본의 중역이었고 아시아를 총괄하는 책임자였기에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한국 내 경영은 대부분 그의 손에 맡겨졌다.


모든 내근 부서의 관리(기획, 총무, 인사, 경리, IT)와 기안, 결재서류, 준법경영 전략, 대관 업무, 감사 대응...

굵직한 결정의 상당수가 그의 책상 위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법적 책임자’가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 그 사소해 보이는 문구 하나가 중요한 순간마다 의사결정의 방향을 비틀었다.


공문서 한 장, 서명 한 줄, 책임 소재 하나.

위기 상황에서 그 한 줄은 칼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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