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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다낭에서 다시 웃었다

다낭에서 우리는 다시 청춘이었다.

by 라니

퇴사하고 나니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여행이었다.


문득 대학 시절, 친구와 함께 “우리 회사 그만두면 유럽 가자!”라고 약속하며 들었던 여행 적금이 생각났다.
드디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나 싶었는데… 친구가 다시 취업을 했다.

"야... 나 다시 출근해..."
어쩔 수 없다. 유럽은 잠시 접어두고, 그 대신 동남아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준비도 없이 다낭행 비행기 안에서 재회했다.
정말 말 그대로, “오랜만이다~!” 하고 시작된 여행.


나는 퇴사 후 그동안 못 만났던 지인들과 만나며 정신없이 지내고 있었고, 친구는 새 직장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각자 바쁜 일상을 멈추고 맞춘 시간이었기에, 준비는 부족했지만 마음은 충분했다.

베트남은 여러 번 가봤지만 다낭은 처음이었다.
경기도 다낭이라더니, 정말 한국어만 써도 되는 놀라운 도시였다.

시장에서는 "언니~ 이거 싸요~"를 외치는 상인들 속에서,
친구는 "비싸! 비싸!"를 외치며 흥정을 시작했다.


나는 그 옆에서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 우리는 원피스며 가방이며 잔뜩 샀고, 캐리어가 꽉 찰 때쯤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친구와 여행을 함께하는 건 대학 이후 거의 30년 만이었다.


결혼, 육아, 직장생활...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1년에 한두 번 얼굴 보기에도 벅찼던 우리.
이제야 오십이 넘어서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 드디어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음은 여전히 20대였지만, 몸은 가끔 “야, 좀 쉬자”라고 말하는 중년의 여행자들이었다.

리조트는 해변과 바로 이어져 있었다.
아침엔 바다에서 수영하고, 더우면 리조트 수영장으로 옮겨 또 수영.
“우리 지금 너무 청춘 같지 않아?”

“무슨 소리야~ 우리가 청춘이야. 마음만은!”
서로 놀리며 물장구치던 그 순간만큼은, 진짜 청춘이었다.


다낭의 명소도 당연히 섭렵했다.

핑크성당, 그리고 바나힐과 골든브리지!
바나힐 입구에서 뭔가 나눠줘서 받아봤더니, 웬일? 맥주 무료 쿠폰이었다.
종류별로 한 잔씩 받아 언덕 위에서 바람맞으며 “짠!”
서로 사진 찍어주고, 모델 놀이하며 한껏 웃던 그때—
유럽인 커플이 다가와 “Can you take a photo?”

열심히 찍어주고, “Thank you~ Beautiful~”을 주고받고
헤어지려는 순간, 옆에 있던 베트남 아저씨들도 우리에게 “Beautiful~”... 어라? 우리, 여기선 좀 통하는 얼굴인가 보다. 하하하.


다낭에도 ‘한강’이라는 이름의 강이 있었다.
그 위를 잇는 ‘용다리’는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과 함께
정해진 시간에 불과 물을 뿜어내는 쇼를 보여줬다.
생각보다 훨씬 볼만했다. 관광객 틈에 섞여 “와~”를 연발하며 구경했다.

다낭 여행은 정말 가볍게, 국내처럼 떠날 수 있는 여행이었다.
영어를 못해도, 베트남어를 몰라도 문제없었다.
번역기 몇 번 돌리고, 손짓 발짓 섞어가며 다 되니까.


그리고, 망고스틴!
열대야 과일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라 한 바구니 가득 샀는데,
껍질은 멀쩡한데 속은 썩은 게 반… 아니 50% 이상.
망고스틴과 함께 내 기대도 반쯤 썩었다. 결국 쓰레기만 한가득 남기고 말았다.

그래도 여행은 참 알차고 즐거웠다.


마사지도 받고, 쌀국수며 분짜며 베트남 음식도 실컷 먹고.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친구와 함께였기에 더 특별했다.

여행 마지막 날, 우리는 또 다른 약속을 했다.
“다음엔 진짜 유럽 가자. 꼭!”
그날도 오늘처럼 실컷 웃으면서, 진짜 가자고.

퇴사 후의 자유,
그리고 오랜 친구와의 추억 여행.
그 어떤 것보다 소중했던, 나만의 회복 여행이었다.



[못다 한 이야기, 추억이 되어 버린 사진 이야기]

영화의 한장면을 떠올리며~






“아침 햇살이 부서지는 다낭 메리어트 호텔 앞바다. 바람을 가르며 조용히 달리는 그 순간,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땀 대신 자유가 흐르고, 걸음마다 새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야자수 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그 아래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집니다. 말없이 걷는 발걸음 속엔 함께한 시간만큼의 여유와 따뜻함이 담겨 있습니다.







“여행 중 찾은 다낭의 핑크성당. 익숙한 성호경 아래, 낯선 도시에서 드리는 기도는 오히려 더 깊었습니다. 나의 인생 2막이 주님의 뜻 안에서 시작되기를 조용히 기도했습니다.”








"소원의 촛불을 띄우며, 잠시나마 나의 새로운 제2막과 건강을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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