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골린이 생활> 17
3년 전까지 골프를 알지 못했다. 2018년 7월 보성그룹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임원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는 골프가 필요하다는 것을 막연하게 느끼기 시작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시작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해가 지난 2019년 여름 만나는 친구들이 막연히 말했다.
“창완아 너네 회사가 파인비치골프장 하잖아. 한번 칠 수 있을까.”
“응 나도 행사 때문에 가는데, 뭐 어렵겠어. 부킹 잡아줄게.”
그리고 같이 일하던 홍과장에게 부탁하니 시간을 잡아줬다. 이후 친구들은 내 일을 하는데, 골프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했고, 지금도 내 골프 스승인 신비오 프로가 속칭 ‘머리 올리기’를 돕겠다고 자청했다.
그리고 나도 결심했다. 이후 집 근처 인도어 연습장에서 주말을 이용해 한 달 정도 연습을 했다. 매형이 준 드라이버랑 4, 6, 8번 아이언과 피칭웨지, 퍼터 만으로 연습을 했다. 그리고 8월 중순에 전남 해남에 있는 파인비치 골프장에서 머리를 올렸다. 제 첫 라운드 스코어는 118타였고, 아깝게 버디를 놓칠 만큼 나쁘지 않았다. 다음날에는 고향 영광군 백수읍 체육대회의 골프 경기에 참석해 영광에 있는 에콜리안 골프장에서 생애 두 번째 라운드를 했다.
결과적으로 나를 골프로 이끈 사람은 회사나 사회 지인도 아닌 고향 친구들이었다. 이후 나는 3차례 정도 지인들과 라운드를 했고, 춘천시에 공직자로 가면서 골프와 멀어졌다.
공직을 다시 그만두고, 반년 간의 휴식을 가질 때, 나는 다시 골프를 시작했다. 내가 미리 올리는 것을 독려했던 신비오 프로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계양구에 스크린골프장을 오픈한 것이다.(골프존파크 효성마스터즈점)
혼자라면 쉽지 않지만 내 파트너가 되어줄 김성옥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경쟁하듯이 스크린을 치기 시작했다. 시작할 때, 20대 후반이던 골프존의 내 핸디(G핸디)는 현재 8.5까지 낮아졌다.(22년4월9일) 그리고 매년 2번 있는 고향 친구들 골프 모임에 나를 초대했다. 사실 일자리도 없는 상태에서 과도한 비용이 있는 1박2일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안사람에게 말을 꺼낼 엄두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이 계속해서 제안을 했다. 거기에 멤버가 부족했고, 거기에 예정된 친구가 이런저런 일로 빠지면서 내가 같이 했으면 하는 요구도 많아졌다. 물론 내가 쓰는 골린이 생활 연재로 인해 그 요청 강도는 갈수록 세졌다.
결국 나는 어렵사리 아내에게 참석하고 싶다는 의견을 말했는데, 아내는 의외로 흔쾌하게 동의했다. 비용도 1박2일에 숙박까지 포함해 40만 원 정도였다.(18+18 라운드, 카트비, 숙박) 결과적으로는 좀 더 비용이 들었다.
우리가 라운드 할 곳은 고향에서 멀지 않은 장성 푸른솔GC였다. 그날 만나기로 한 친구는 3팀으로 12명이었다. 그런데 예정됐던 두 친구가 이런저런 부상으로 참석이 어렵게 됐다. 골프팀은 예약이 된 상태에서 개인적인 이유로 빠지면 페널티가 만만치 않다. 그때 생각난 게 고향 친구 이범석 대표였다. 나와 중학 동창인 이 대표는 같은 반을 한 적이 없어 학교 다닐 때는 친숙하지 않았지만, 단기사병(일명 방위)을 같이 하면서 친해졌다. 우리는 같이 어선통제소라는 아주 편한 보직에서 일했다. 그런데 나는 매사에 덜렁대면서 신중하게 지내지 않았다. 반면에 이 대표는 뭐를 하든 똑 부러지게 하는 것을 원했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다툼도 많았지만, 서서히 상대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 생활을 마친 후에도 내가 광주에 가면 만나는 가장 친한 친구 가운데 하나가 됐다. 3개월 전 대선 예비 캠프에서 같이 일했던 임선배의 모친상의 조문차 광주에 갔을 때, 이대표랑 시간이 되면 같이 골프를 치자는 부탁이 생각났다.
내가 연락을 하자 범석이는 스케줄을 조정해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한 멤버는 고향에서 일하는 강재원 친구가 지인을 데려오겠다고 말했다. 3조 12명의 친구들이 잘 만들어졌다.
이중 서울에서 출발하는 멤버는 신비오 프로를 비롯해 고성관 이사, 더플러스 조영재 대표, 정경성 사장, 강대순 친구와 나 등 6명이었다. 행사날인 8일 아침 6시 우리는 중간에 있는 계양구청 주차장에 만나 차 두 대로 나누어 타고 고향으로 향했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운전을 하고, 좀 이른 시간에 골프장에서 멀지 않은 임정식육식당에서 만나서 점심을 했다. 오후 2시 초반부터 티오프를 했다.
4월 초는 골프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푸른솔GC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소나무는 물론이고 임정 저수지와 동구산 자락 산세가 어울린 훌륭한 골프장이었다. 친구들은 벚꽃 비가 내리는 골프장을 돌면서 즐거운 라운드를 했다. 첫날 나는 이범석 대표와 강재원 친구, 그리고 중학교는 같이 다니지 않았지만 동갑으로 고향에서 정미 사업 등을 하는 박종화 친구와 라운드를 했다.
오프에서 4번 정도 라운드를 한 나는 골프 한 라운드를 한다는 의미를 알고 있다. 보통 4시간을 같이하는 순간에 동반자들의 상당 부분을 알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가장 소중한 마음을 나누는 친구였던 이범석 대표와는 첫 골프 라운드를 통해 더 흥미로운 관심거리가 생겼다. 과거 골프를 자주 하다가 지금은 흥미를 잃은 이대표는 90대 전후를 치는 실력이었고, 다른 동반자들도 별 차이가 없었다. 또 스코어를 기록하는 습관 등에서 우리는 친구를 금방 이해하고, 더 흥미롭게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즐거운 라운드를 마치고, 우리는 광주 상무지구에 있는 숙소로 이동해 여장을 풀고 저녁을 했다. 상무지구는 젊은 이들이 넘치는 불야성이었다. 적지 않은 반주에 친구들은 더 마음을 놓고, 이날 게임의 시상을 했다. 마침 나에게도 좋은 결과를 알리는 소식이 와서 같이 즐거움을 나누었다.
우리는 숙소 근처 주꾸미 집에서 2차를 하고, 숙소로 들어왔다. 나는 코골이를 하는 멤버인 이동현 친구와 한 방을 썼다. 원전 관련 전문가로 일하는 친구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으로 인해 심사가 복잡했지만 우리는 화이트 와인 한 병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원전에 관한 내 원론적인 생각, 그리고 국가 전력이나 국제적 흐름 속에 내 생각을 별 무리 없이 말했을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친구의 일과 관련되기 때문에 최대한 배려하면서 말했다. 물론 술 먹은 상태에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 습성으로 인해 나눈 대화는 기억나지 않지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가 정신없이 골아떨어졌다. 안타깝게 친구는 4번이나 일어나 내 베개를 고치면서 코골이를 막아보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9일 아침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내가 자는 방은 21층 8호 방이었는데, 친구들이 아침 5시부터 7호실의 벨을 누르면서 일어나라고 외쳤다. 그러나 6시경에는 신비오 프로와 고성관 이사, 친구 김교수 등이 다시 7호실에 가서 다급하게 벨을 눌렀다. 그런데 그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등에 문신을 한 우리보다 젊은 남자였다. 그 사람은 키가 큰 신비오 프로 대신에 고이사와 김교수를 보면서 “잠 좀 잡시다”를 외쳤다. 엉뚱하게 눈 화살을 두 사람은 조용히 차로 내려와 내게 전화를 하면서 다급하게 외쳤다. “창완이 큰 일 났다. 조심히 내려와서 도로가에 세워준 차로 오라”는 것이다. 혹시나 그 문신한 사람이 쫓아올까 봐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9일 아침 7시 반 라운드를 앞두고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만난 친구들은 그 해프닝을 이야기하면서 배꼽을 잡았다. 9일에 나는 고성관 이사, 화훼 전문가인 김교수, 이제 같이 라운드 했던 박종화 친구와 한 조가 됐다. 80타 전후를 치는 고이사와 김 교수, 90타 전후를 치는 나와 박종화 대표를 각기 서로를 견제하면서 즐겁게 라운드 했다. 9일에는 임정 저수지를 끼고 치는 레이크 코스가 있어서 풍경을 더 행복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오전 라운드를 마치고, 황룡강 가에 있는 강변회관에서 민물 매운탕으로 점심을 하고, 안타까운 인사를 한 후 각자의 목적지로 향했다.
이제 50대 중반에 접어든 고향 친구들은 이제 누구보다 편하게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을 만큼 나이가 든 친구들이 만나서 하루나 이틀 동안 같이 운동을 하는 즐거움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라면 그냥 넘길 호텔 해프닝도 복기하면서 웃는 것은 이제 그런 웃음이 필요한 나이이기도 해서다. 그런데 귀경길에는 광고회사를 하는 조영재 대표가 하나의 해프닝을 또 만들었다. 우리는 상경길에 정안휴게소에서 차를 한잔하고, 주유도 하기로 연락을 했다. 그런데 조 대표가 같이 탄 정경성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정안휴게소를 지나친 것이다. 이후 차가 막혀 고속국도로 들어갔는데, 중간에 주유소가 없어서 결국 기름이 바닥난 것이다.(일명 엔꼬) 결국 조 대표와 정경성 친구는 기름이 없어서 2억 원이 넘는 벤츠 지바겐 G63 AMG를 도로변에 세우고, 보험사의 기름 보충 서비스를 받아야 했다.
고향 남도는 물론이고, 사방은 벚꽃과 배꽃이 휘날리고 있었다. 이 시간 천안-논산 고속도로변 정성 들여 심어놓은 벚꽃길은 특히 아름다웠다. 그 계절에 맞게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들로 인해 행복한 시간이 됐다. 어떻든 골프는 고소비의 운동 임에 틀림없다. 큰 소비지만 충분히 가성비 좋은 소비다. 또 골프장 건설이 만들어낸 수많은 모순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내가 골프를 시작 못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스크린골프로 인해 골프가 국민 스포츠가 됐다.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신비오 프로가 말한다.
“내가 오만 잡기를 다 해봤다. 그런데 나는 사윗감을 볼 때, 도박하고, 낚시하는 사람은 조심하라고 딸에게 권하고 싶다.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골프는 아니다. 내가 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인천 집결 장소에 다시 모였다. 나는 아내와 잠시 올라온 아들과 저녁을 하기 위해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 행사에 참석한 친구들의 단톡방에 이렇게 올렸다.
“친구들 봐서 이 기분으로 1년은 버틸 듯. 모두 잘 지내고,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