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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지현 Mar 18. 2024

초보 명상인의 새벽 요가 도전기

명상은 사람을 바꾼다.

명상은 사람을 바꾼다. 나 같은 잠만보가 새벽 요가 수업을 도전하게 만드는 걸 보면 말이다. 눈여겨보던 동네 요가원에서 아침 7시 요가&명상 클래스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보자마자 신청했다. 이쯤 되면 명상이 사람을 바꾼단 말을 팩트로 받아들여야 한다.





약 3~4개월간 혼자 명상을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요가의 세계에도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이전에는 요가가 필라테스처럼 다이어터를 위한 운동의 한 종류인 줄만 알았다. 쫄쫄이 레깅스에 딱 붙은 옷을 입고 괴상한 자세를 취하며 유연함을 뽐내는 운동, 내가 상상한 요가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명상을 공부하면서, 이러한 생각이 굉장히 잘못되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요가는 명상을 잘하기 위해 내 몸을 관찰하며 수행하는 정신수련법이었다. 왜 명상하는 사람들이 요가를 하나 싶었는데, 요가가 곧 수행이기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내 호흡에 집중하고, 걸을 때 내 발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명상인 것을 보면, 기이한 동작을 취하며 호흡을 하는 요가는 내 몸에 집중을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명상의 최고봉(?) 일 것 같다.


요가에 관심이 생겼어도 선뜻 도전할 용기는 없었다. 일단 나는 유연함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리고 몸에 근력도 없다. 걸어 다니는 게 용할 정도의 몸뚱이를 가진 사람이 바로 나다. 그래서 동네에 괜찮은 요가원이 생긴 걸 알고 눈여겨보고는 있었지만, 선뜻 등록하진 못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잉만 한 상태로, 멀리서 지켜보며 흠모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인스타그램에서 이 요가원에서 새벽 요가&명상 클래스를 시작한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요가에 내가 사랑하는 명상의 조합이라니! 새벽 요가하러 가는 내 모습 꽤나 멋질 것 같아! 그런데 내가 요가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수줍게 인스타 DM을 보냈다.

 

뻣뻣한 몸치이지만 명상을 좋아한답니다. jpg


다행히 "가벼운 스트레칭 위주로 구성된 수업"이라는 답변을 받게 되었다. 난 용기를 가지고 아침 7시 요가 명상 수업을 신청하였다. 그리고 수업을 하루 앞둔 일요일 저녁에 온갖 잡념이 들기 시작하는데.....


내가 미쳤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었다. 난 평생을 아침잠과 씨름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최근 명상을 하며 모닝 루틴 실천의 재미에 빠지긴 했지만, 그래봤자 아침 8시~8시 30분에 일어나는 수준이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기상 시간이 늦어진 편이다.) 7시 요가를 가려면 아무리 늦어도 6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했다. 내가 일어날 수 있을까? 아무리 명상에 빠져있다지만 내가 새벽 요가라니? 그것도 월요일 아침부터....? 월요일은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저지른 것이니 수습은 해야 했다. 새벽 요가를 가기 위해 난 평소보다 이른 취침에 들었다. 새나라의 어린이도 아니고 일요일 11시에 잠드는 삶이라니... 월요일이 오는 게 싫어 매주 일요일 새벽 2시 3시까지 졸린 눈을 비비며 핸드폰을 했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 인생 진짜 많이 변했다...!






다음날, 월요일 AM 6:30

알람이 울렸다.


'새벽 요가는 무슨.. 내가 미쳤지!'


후회의 마음을 가득 안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세수를 대충 하고, 옷을 갈아입고, 롱패딩을 걸친 채 집을 나섰다.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진 않은 것 같았다. 이제 날이 풀렸는지, 새벽 공기도 생각만큼 많이 차진 않았다. 이 시간대의 하늘 색깔은 이렇구나. 매번 다니던 길이었는데도,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나오니 새롭게 보인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네 세탁소 사장님도, 꽃집 주인분도, 7시가 되지도 않은 시간인데 벌써 나와 분주히 오늘의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렇게 일찍 하루를 시작하시니 문을 일찍 닫을 수밖에 없는 것이구나. 이 가게는 왜 이렇게 빨리 문을 닫는 걸까 궁금해했던 미스터리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잠들어 있는 시간 동안, 또 다른 세계에서는 부지런히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늘상 보았던 풍경이 새롭게 다가온다.


요가원은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새벽 요가 하러 온 사람이 나밖에 없으면 어떡하지? 1:1 수업은 부담스러운데... 떨리는 마음으로 요가원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 말고도 이미 4명의 수강생이 각자의 요가매트 안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아 나는 좀 전까지 참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던 것이었구나... 세상에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 새벽 요가를 통해 배운 사실 하나다.






- 호흡을 들이쉬고, 내쉽니다.

- 호흡을 들이쉬며 왼쪽 발을 앞으로 뻗습니다.

- 호흡을 내쉬며 내 가슴이 허벅지와 닿을 수 있도록 합니다.

- 이때 무릎을 피기 어려우면 꼭 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 호흡을 들이쉬고 내쉽니다. 3, 2, 1.

-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 왼쪽과 오른쪽이 어떻게 다른지 내 몸을 느껴봅니다.


다행히 요가는 선생님이 DM으로 말씀 주신 것처럼, 굳어있는 몸을 깨우는 스트레칭 위주의 동작으로 구성되었다. 그저 뻣뻣한 나의 몸뚱이가 문제일 뿐.. 펴지지 않는 무릎과 씨름하고, 말 안 듣는 몸뚱이를 이리 피고 저리 뻗었다. 나는 나름 한다고 따라 하는데, 선생님이 한 번씩 자세를 잡아주실 때마다 달라지는 자세가 참으로 놀라웠다. 사람의 몸이 이렇게 펴질 수도 있는 거구나. 내 몸이 그동안 얼마나 굳어 있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안 펴지는 것은 무릎만이 아니었다. 매일 책상 앞에서 일하느라 굽은 내 어깨도, 안으로 말릴 줄만 알지 바깥으로 펴지지가 않았다. 그동안 내가 내 몸에 이렇게 소홀히 하고 있었다니, 짧은 시간 동안 요가 동작을 따라 하며 내 몸에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얘들아 미안해. 언니가 앞으로 잘할게...


- 자 이제 앉아서 명상의 시간을 가집니다.

- 원하신다면 요가매트를 무릎 위에 올려두시거나, 몸 위에 덮고 하셔도 좋습니다.

- 호흡을 들이 마시고, 내쉽니다.

- 내 호흡에 집중합니다. 생각이 나면, 그저 내 생각을 알아차리세요.


드디어, 기다리던 명상의 시간이었다. 요가매트를 몸에 두르고 눈을 감았다. 허리를 곧게 피고 앉았다. 35분 동안 요가를 하니 더 바른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 호흡에 집중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요가매트를 덮은 상태로 호흡을 하니, 내 호흡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데, 나는 더 길게 들이마시고 싶어도 가슴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공기를 들이 마쉬며 내 가슴과 배를 부풀려야 하는데, 가슴이 딴딴히 굳어 있어 부풀리기 어려운 기분이었다. 내 가슴이 굳어있단 사실을 처음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요가에는 후굴 동작이 많이 있는데, 굳어있는 몸을 유연하게 풀어 호흡을 원활히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더 깊은 명상을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요가를 통해 굳어있던 내 몸을 풀고, 원하는 만큼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싶다. 다시 들숨과 날숨을 반복한다.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던 와중, 선생님이 오셔서 내 등을 곧게 펴주셨다. 아 나는 내 몸을 똑바로 정렬하여 완벽한 자세로 명상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호흡을 하는 와중에 내 등은 나도 모르게 굽어져 있는구나. 내 호흡과 몸에 집중한다고 해도, 정신 차리고 보면 내 몸은 무너져있다. 다시 등을 곧게 피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한다. 들숨, 날숨, 들숨, 날숨.


-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입니다.

- 손을 비벼 따뜻해진 손으로 두 눈을 감쌉니다.

- 두 눈을 뜹니다.

- 오늘도 요가 명상 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마스테-


 




요가원 밖을 나서니, 어느새 해는 밝게 떠 있었다. 길에는 출근하느라 발걸음을 서두르는 사람들로 이내 가득해있다. 나도 집에 가서 오늘의 출근을 준비해야지. 집에 가면 출근해야 하는데, 돌아가는 발걸음이 왠지 모르게 가볍다. 출근이 좋은 건 절대 아니지만, 오늘의 시작은 다른 월요일과는 달랐다. 기분 좋은 한 주가 시작될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좀 전의 요가 수업을 떠올려본다. 뻣뻣한 몸으로 요가 동작을 따라 하고, 요가 매트를 두르고 명상했던 그 시간이 참 좋았다. 마음에 잡념이 하나도 없었다. 월요일이면 늘 나를 괴롭혔던 출근의 압박도 그 시간에는 없었다. 그저 내 몸에 집중하고, 내 호흡에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명상 가이드가 없이는 혼자 명상하기가 어려웠는데, 오늘 처음 가이드 없이 15분 동안 혼자 명상도 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이 참 평화롭고 좋았다.


그래서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아침 요가 명상 수업을 계속하고 있냐 묻는다면, 놀랍게도 지금 3회째 출석을 하고 있다. 이 글도 아침 요가 수업을 다녀오고 나서 업로드하는 글이다. 평생을 아침잠과 씨름하던 잠만보가 새벽 요가 수업을 다니기 시작하다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명상은 사람을 바꾼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자. 아침에 요가도 하고 명상도 했으니, 이제 출근 준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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