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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히 Mar 13. 2024

젊은이의 패기, 나는 단지 그것뿐이었다.

 - 02. 최종면접 그 결과

 지방에서 서울로 면접을 보러 간다는 것은 기쁜 일이면서도 나에게 재정적으로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100% 합격이 보장되는 일이 아니었으며, 인적성 검사부터 1차 면접, 2차 면접, 최종 면접까지 과정이 꽤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면접까지만 간다면 소정의 면접비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정의 면접비라고 하는 것은 KTX 왕복 비용보다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서울, 경기에서 오는 지원자들의 면접비는 2~3만 원 수준이었고, 지방에서 오는 지원자들의 면접비는 5만 원이었다.


 수도권에 사는 지원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경우 면접을 볼 때마다 커피값 정도는 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아끼고 아껴도 적자를 면할 수 없었다.


 입사하기 위한 마지막 최종 면접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떨리진 않았던 것 같다. 휴학 한 번 하지 않은 채 학교를 쭉 다녔었고, 선배들과 같이 학교 전산실에서 자기소개서를 쓰고 원서를 넣었기 때문에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그냥 젊은이의 패기를 지니고 있었고, 그뿐이었다.


 소위 스펙이라 부르는 것들도 남들보다 뛰어난 게 없었었다. 내세울 거라곤 취업을 위해 부랴부랴 땄던 토익 830점, 운전면허보통 2종이 전부였었다.


 취업시즌이 되면 각종 언론에서 올해 취업난이 최고조라는 기사가 나왔을 때였고, 그래서 어떤 이는 패기, 또 다른 어떤 이는 객기라고 부르는 모습이 나에게 있었을 것이다.


 면접관들은 이력서를 보면서 나와 같이 면접 보러 온 사람들에게 쉼 없이 물음표를 던졌고, 나 이외의 면접자들은 수많은 물음표를 감당하지 못했었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지 않으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음표가 나왔던 것이다.


 반면 나에게 오는 물음표는 너무나 간결했다. 이력서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깨끗하다면 깨끗했을 것이기 때문에 물음표도 깨끗했었다.


 더 이상 이력서에서는 캘 것이 없었던 것인지 전혀 생각 못 했던 질문들이 나에게 쏟아졌다. 언제 서울에 도착했는지, 도착해서 무엇을 했는지, 부산에 돼지국밥은 어떤지 등등의 질문이었다.


 원래부터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면접이 오후 3시 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2시쯤 서울에 도착했었고, 배를 든든히 채우기 위해 순대국밥을 먹었다고 답변했었다.

 또한 순대국밥에는 들깨가루가 많이 들어가서 나에게는 조금 낯선 맛이었다고도 얘기했었다.


 사투리를 안 쓰려고 노력은 했지만, 태생이 태생인지라 어쩔 수 없이 사투리가 나왔었고 억양 때문이었는지 다른 지원자들 보다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들렸을 것이었다. 나는 면접관들의 표정을 보며 더욱 자신감 있는 태도와 목소리로 면접에 응했었다.


 일주일 뒤, 입사를 축하한다는 회사 인쇄물과 함께 꽃바구니가 우리 집으로 왔었고, 그날 우리 가족은 꽃바구니와 함께 집 안 소파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이제 나는 서울로 올라갈 것이고, 혼자서 모든 것을 헤쳐나가리라 생각했었다. 서울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이전 01화 서울이다. 전혀 기 죽을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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