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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히 Mar 20. 2024

05:20 부산에서 서울행 KTX 첫 차입니다.

 - 03. 우리 아들 파이팅!!

 서울에서의 첫 생활은 내 생각만큼 순조롭지도, 그리고 아릅답지도 않았다.

 

 입사한 후, 첫 한 달 동안은 그룹연수로 인하여 경기도 안산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었고, 그룹연수가 끝난 뒤 자사연수가 있었는데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나는 방을 구하지 못해 부산에서 매일 새벽 5시 20분에 KTX 첫차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을 했었다.


 캐리어에 일주일치 짐을 싸서 서울에서 생활하면 안 됐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나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없었고, 그런 생활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첫째 날 회사 근처의 모텔에서 하룻밤 자기 위해 들어가 봤었는데 내가 생각한 모텔이 아니었다.

 지방에서의 모텔은 그래도 방이 비교적 넓었고 쾌적한 느낌이었던 반면에 회사 근처의 모텔은 소위 말하는 ‘여관’ 혹은 ‘~장’ 같은 느낌이었다.


 그 모텔에는 오래된 담배 연기가 벽지에 스며든 채 숙성된 니코틴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으며,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스멀스멀 소리 없이 자라나는 곰팡이의 습한 냄새, 그리고 오래된 화장실의 찌든 냄새가 한 데 어우러져서 “패배자의 냄새” 혹은 “사회 부적응자의 냄새”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내 처지에 15만 원이 넘어가는 호텔에 투숙할 수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5일 치 짐을 보관할 수 없는 찜질방에서도 숙박하기란 불가능했었다.

 

 출근할 때만 KTX를 타고 내려갈 때는 고속버스를 타는 게 재정적으로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딱 일주일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첫 일주일을 다녔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KTX 첫 기차는 지하철 첫 차가 운행하기 전 시간이라 대중교통으로는 이용할 수 없었다. 매일 새벽마다 아버지께서 KTX역까지 태워다 주시며,


”잘 다녀와, 우리 아들 파이팅!!”


 이라며 격려해 주시던 아버지의 목소리는 서울로 올라가는 첫 차의 고요함을 집어삼킬 만큼 내 머릿속에 한참을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3시간 동안 참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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