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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희 Nov 07. 2020

눈 뜨고 못 보는 진실

경험은 내가 겪은 일일 뿐 진실이 아니다.

#사실과 판단을 정확히 구분하시나요? #전 아직 멀었나봐요! #태도의 고도 


왜 경험이 많을수록,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지기 보다 편견이 많아지는 걸까?


우리는 경험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 당연한 것에 대해 ‘진짜 이게 전부일까?’ 질문할 때 우리는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경험은  눈으로 보고, 내가 겪은 일일  진실이 아니다. 세상의 많은   경험한 일은 아주 일부분이란 이야기다.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지만 동시에 최악의 우물 안 개구리가 되게도 한다. 사람들의 경험은 제각각이다. 우리가 보는 것이 전체가 아니라 일부이란 것을 인정할 때 태도의 고도가 높아진다. 그 높아진 고도만큼 못 보던 것을 볼 때 성공하게 된다. 그 차이가 남다름을 만든다.  


한 번쯤 들어봤을 ‘코끼리 다리 만지기’ 이야기는 경험이 진실이 아니며 전체 중 일부분이라는 것을 잘 설명한다. 코끼리는 크고 코가 길다. 다리만 만져보고 코끼리를 기둥이라 생각하거나 꼬리만 보고 길쭉한 뱀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러나 부분을 보고 전체라고 생각하는 일들은 일상에서 자주 일어난다. 어떤 일이든 상황과 내용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런데 “예전에 이렇게 했더니 성공했어!” “내가 해 봐서 아는데” 내가 경험하고 본 것이 전부라고 생각할 때 문제가 생긴다. 사람은 완벽한 정보와 경험을 가질 수 없다. 불완전하게 본다는 사실을 알아야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그때가 바로 한 뼘 자라는 순간이다.   


내 경험이 전부라고 생각할 때 벌어지는 비극! 데이비드 허친스의 [그림자를 믿지 마]를 소개한다. 원시부족이 있었다. 원시부족은 미래를 위해 망루 두 개를 지었다. 한 무리는 오른쪽 망루에, 다른 한 무리는 왼쪽 망루에 올라가 세상을 바라봤다. 오른쪽 무리는 저장창고를, 왼쪽 무리는 사냥 도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른쪽 망루에서 과일과 초목이 가득한 세상을 봤고 왼쪽 망루에선 초원을 달리는 야생동물이 많은 세상을 봤기 때문이었다. 두 무리는 ‘내가 정확하게 보고 말하는데 왜 내 말을 믿지 않느냐며’ 서로 싸웠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갈등과 대립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잘 살기 위해 서로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서로 다른 망루에 올라가기만 했어도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었는데 말이다. 서로 불완전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못 보던 것을 보게 된다. 주장에는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사실과 판단을 구분할 때 진실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이 아니라 내 판단(생각)이라는 것을 알 때 못 보던 것을 보게 된다. 사실과 생각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은 실제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일이고 생각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주관적 판단이다. 주관적이기에 개인의 가치관, 경험, 선호, 감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농구는 두 팀을 나누어 볼을 골대에 넣는 경기’라는 말은 사실이다. ‘농구는 재미있는 운동이다’라는 말은 생각이다.


개념적으로는 사실과 생각의 차이를 알지만 일상에서는 구분 없이 사용한다. ‘최대리는 불성실하다’ 사실일까? 생각일까? 최대리가 이번 주에만 2회 지각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불성실하다는 것은 생각이다. 최대리의 일의 집중도, 업무 량, 질, 지각한 이유 중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을 기초로 한 생각이다. 생각은 사실과 달리 일의 원인, 과정, 결과를 어떤 관점으로 보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생각을 진실로 착각할 때 우리의 눈과 귀는 가려진다.  


팀빌딩 교육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성격을 묘사하는 단어를 보여준 후 ‘팀장님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3가지를 고른다면?’ 이때 팀장(본인)과 팀원들이 고른 단어의 일치 확률은 몇 % 일까? 사람 눈은 비슷하니깐 80%? 흥미롭게도 평균 40%가 안 된다. 좀 더 놀라운 결과는 박 팀장에 대해 임 대리는 ‘호불호 명확’으로 정사원은 ‘소극적 표현’이란 상반된 단어를 선택하기도 한다. 결정이 빠르다는 점을 오 과장은 ‘시원시원함’으로, 박 대리는 ‘급한 편(경솔하다?)’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팀원들은 내용을 공유하며 놀란다. 정말? 나랑 비슷한 생각일 줄 알았는데~하며 신기해한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믿었던 것을 다르게 볼 때 못 보던 것을 보게 된다.  


위 망루에 오른 원시인들은 과일나무가 가득한 세상을 보았고 아래 망루에 오른 원시인들은 야생 동물이 가득한 초원을 보았다.

[그림자를 믿지 마] 철학동화의 원시인들은 사실이라고 믿었던 생각(판단)만을 주장했다. 저장창고나 사냥 도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이 아니라 과일나무와 야생동물이 보인다는 ‘사실’을 이야기했어도 해결될 문제다.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다. 사실일까? 생각일까? 그렇다. 역시 생각이다. ‘일은 힘든 것이다’ 사실일까? 생각일까? 사실인 것 같지만 생각이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 중 대부분은 생각이다.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는 깨달음은 진실과 한 발짝 다가가게 한다.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면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가 좋아지는, 원하는 것을 얻는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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