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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담 Nov 09. 2023

-메뉴판보다  원산지 표시판을 먼저 본다-

기본만 지켜도 성공

김밥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재료는 김과 밥이다. 김밥에 들어가는 다른 재료는 부수적 요소일 뿐이다. 좋은 김과 맞춤한 밥의 조화가 맛있는 김밥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팥빙수의 일미는 팥과 얼음이 좌우한다. 팥빙수에 올려진 인절미나 과일류, 아이스크림은 장식품일 뿐이다. 일류 제빵사는 밀가루와 발효만으로 향과 풍미가 가득한 빵을 만든다. 기본 재료가 가장 중요하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맛집을 찾는다. 까탈스럽게 식당을 고른다. 맛집 선택의 기준은 특별하지 않다. 그 기준 때문에 핀잔도 듣는다. 제1의 조건은 국내산 고춧가루다.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기본 중에 기본. 다른 어떤 재료 보다 고춧가루의 원산지를 예민하고 날카롭게 따진다. 메뉴판보다 원산지 표시판을 먼저 본다. 산해진미라 할지라도 김치와 고춧가루가 국내산이 아니면 의미 없다.

시골에 있는 조그만 식당이다.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 식사를 할 때면  '생활의 달인'에 나온 맛집을 찾아다녔다. 공통점을 발견했다.  거의 모두가 중국산 김치나 고춧가루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다. 오랜 세월 신념과 뚝심으로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 낸 달인들이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는 중국산을 쓰다니 실망이 컸다. 그런 곳만 찾아다녔는지도 모르지만 자연스레 '생활의 달인' 맛집 탐방도 막을 내렸다.


음식값이 비싼 식당들 중에도 중국산 고춧가루와 김치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납득하기 어렵다. 가격이 비싼 만큼 기본 재료는 당연히 좋은 것을 써야 한다. 국내산과 중국산 고춧가루를 혼용해서 쓰는 곳은 더욱 의문이다. 과연 정확히 반반씩 섞어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중국산 고춧가루를 쓰는 비싼 음식점도 다시 찾지 않는다.

읍내에 있는 한우 전문 식당이다


원산지가 어디인지 따져 묻고 그 기준으로 맛집과 요리사나 주방장의 솜씨를 평가한다는 게 현실적이고 타당한지는 갑론을박 말들이 많지만 논란거리는 못된다.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다. 중요한 건 선택의 문제이고 개인의 취향이다.  


음식은 기술이 아니다. 음식은 마음이다. 다른 사람이 찾아와 돈을 내고 먹는 음식에는 주인과 주방장의 고집과 자존심이 버무려져 있어야 한다.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스토리가 있어 그 말들이 널리 널리 퍼져나가 곳곳에서 찾아오게 해야 한다.


농부의 삶을 살다 보니 우리 먹거리에 대한 생각과 기준이  엄격해졌다. 모르고 먹는 건 약이 아니라 병이 된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중국에서 수입되는 김치와 고춧가루의 실체를 알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훌륭한 요리사, 최고의 솜씨를 가진 음식의 달인에게 요구되는 기본은 좋은 재료 선택에 있다고 믿는다. 오히려 허름한 시골의 노포엔 직접 기르고 채취한 재료로 음식을 내놓는 곳들이 많다. 물론 유기농이고 친환경, 무농약 농산물인지는 가늠할 수없지만 적어도 중국산 재료들 보다는 믿을만하다. 그들의 노고와 신념에 감동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중국산 재료를 쓴다면 핑계다. 음식값을 올리면 된다. 지역에도 크진 않지만 좋은 재료로 정성껏 음식을 내놓는 식당들이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주인 분에게 진심으로 말씀드린다. 가격을 올려서 지금처럼 맛있고 좋은 음식을 오래도록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그렇게 해서 가격을 올린 곳이 몇 군 데 있다. 그 식당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소는 초식동물이다. 풀을 먹고 자라야 한다. 돼지는 스톨에 갇혀 지내는 게 아니라 흙과 물 웅덩이가 있는 곳에서 뒹굴고 뛰어다니며 살아야 한다. 닭은 암수가 어우러져 생활하며 자유로이 날 수 있고 흙 목욕을 마음껏 하며 잠은 높은 곳에서 자야 한다. 사과는 껍질째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현실은 반대다. 기본은 자본의 논리 앞에 무너졌다. 탐욕과 독과점의 현장에서 기본은 사라졌다.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식 축산은 동물도 사람도 병들게 한다.

이렇게 키우고 있다

농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작물을 재배하거나 동물을 기르는 것도 기본에 충실하면 길이 보이고 답이 나온다.

마을과 이웃과 지역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는 것도 기본이 중요하다. 스스로를 낮추고 드러내지 않으며 뭐든 배우려는 자세가 농촌에서는 기본생활 조건이다. 기본을 지켜 생활하면 친숙해지고 편안하며 여러 도움을 받는다.


기본은 단순하다. 기본은 화려하지 않다. 기본은 반복이다. 기본은 하찮게 여겨진다.

기본은 모든 것의 시작이지만 유지하고 지속해 나가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기본을 다지고 지켜나가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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