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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담 Nov 15. 2023

설마, 이것도 주인이 있다고?

함부로 손대지 말 것!

존재하는 모든 것은 주인이 있다. 사소하고 흔하게 널려 있는 많은 것들과 마주하면서 내 것이 아닌 게 무수히 많음을 알았다. 보이지 않아도 주인은 있다. 내세우지 않아도 주인은 드러난다. 주인은 먼저 보는 사람의 몫인 경우도 있다. 볼 줄 아는 안목이 있는 사람이 주인이 될 수도 있다.


돌멩이 하나도 주인이 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길 때도 돌이 놓인 자리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 어떤 의미로 그곳에 놓여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돌멩이의 놓인 자리와 의미를 알지 못할 때 자칫 낭패감에 빠질 수도 있다. 농촌에서 돌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쓸모없는 돌도 옮기려면 돈이 들어간다. 쓰임새 있는 돌은 모양과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좋은 돌만 가지고 있어도 돈이 된다. 그런 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문제다. 돌은 돈이 되기에 주인이 명확하다.


나무 한토막도 주인이 있다. 쌓아 놓은 나뭇더미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흩어져 있는 나뭇가지도 이유가 있다. 언젠가는 쌓아 올려지거나 옮겨질 운명이다. 바쁜 주인이 손을 못 대고 있을 뿐이다. 나뭇가지의 목적이 어떻든 내 영역 밖의 몫이라면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나뭇가지도 형태와 생김새에 따라 다른 가치로 재 창출되면 그 또한 재산이다. 나무는 활용도가 높기에 주인이 분명하다.


흙 한 줌도 주인이 있다. 한 삽의 흙을 퍼 나르는 일로 흙의 주인과 척을 지며 공분을 살 수 있다. 흙은 땅의 근원이다. 흙이 있어야 땅이 있다. 흙이 있어야 작물을 심고 가꿀 수 있다. 흙은 생명을 잉태하는 모태다. 농촌에서 흙은 당연히 거리와 양에 따라 가격이 붙는 자산이다. 흙의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꼬꼬들에게 먹이는 황토도 멀리서 구입해 온다. 이젠 농촌에서도 흙길을 찾기 힘들다. 흙길이 사라지면서 흙의 가치는 더 올라갔다. 일부러 맨발로 흙을 밟기 위해 먼 길을 찾아가고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도시에서는 거들떠보지 않았던 것들이 소중한 가치로 자리한다. 길을 가다 흙과 나무와 돌을 잔뜩 싣고 가는 화물차를 보면 아내는 탄성을 지르며 부러움의 시선을 감추지 못한다.


야산 한 귀퉁이에 홀로 서있는 커다란 감나무의 빨갛게 익어가는 감도 주인이 있다. 어느 곳이든 감나무가 저절로 뿌리내려 자라나지 않았다. 작은 감나무 묘목을 심어 놓은 누군가의 정성과 손길이 닿아 있다. 흐르는 세월 속에 사람은 가고 덤불은 무성하지만 감나무는 크게 자랐다. 너무 높아 사람손이 닿지 않은 꼭대기에 매달린 감의 주인은 겨울을 앞두고 부쩍 바빠진 뭇 새들의 몫이다. 농장 가는 길목에 떨어져 으깨진 홍시는 주인을 만나지 못한 안타까운 이별이다.

농장가는 길가의 감나무


주변엔 아름드리 참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마을 형님들의 어릴 적 기억에도 꽤 크게 자리하고 있었으니 수령은 족히 7~80년은 됨직하다. 진짜 나무란 뜻의 참나무는 당연히 쓰임새도 많다. 울창하게 우거져 그늘을 만들어 준다. 지치고 땀 흘린 농부의 쉼터가 된다.

농장 옆의 참나무

가을이면 낙엽을 떨군다.

긁어모아 닭들이 있는 공간에 넣어 주면 바닥은 융단이 된다. 논이나 밭에 뿌려주면 영양 많은 퇴비가 된다.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도 주인이 있다.  주어서 팔면 1kg에 3천 원을 받는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금방 30kg 정도는 주울 수 있다. 돈이 된다고 전부 주우면 안 된다. 다람쥐는 물론, 춥고 메마른 겨울을 준비하는 동물들의 소중한 먹이는 남겨둬야 한다. 도토리를 주울 수 있는 범위는 암묵적으로 한정돼 있다. 커다란 참나무 주위엔 여러 사람의 논과 밭이 자리하고 있다. 어느 곳으로 떨어지느냐에 따라 주인이 결정된다. 참나무는 땔감으로도 최고다. 잘 타고 오래간다. 1톤에 14만 원이다. 땔감용 참나무를 파는 사람이 참나무의 주인이다. 지천에 자라고 있는 참나무가 고맙다. 주인은 아니지만 스스로 주인이 되어 달라고 찾아온다.

농장안으로 떨어진 도토리-아직 주인이 없다-


느릿한 국도와 꼬불 꼬불 시골길도 주인이 있다. 주인이 있어 불편함 없이 다닐 수 있다. 어떤 길은 주인이 없지만 다니는 사람이 주인이 되어 가꾸고 정리한다. 농장 가는 길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이유는 길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만추의 수채화 같은 풍경은 잠시 틈을 내어 완상 할 줄 아는 사람이 주인이다.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의 주인은 바로 당신이다. 별을 보며 아득한 그리움에 젖고 먼 추억을 되새기는 그 누군가도 주인이다.


어두운 밤 골목길에서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환하게 길을 밝혀주는 외로운 가로등도 돌봐주고 치료해 주는 주인이 있다. 고마운 존재이기에 주인의 보살핌이 살뜰하다.


스스로 주인이 되어 가치를 높이거나 주인이 있어 존재가 빛나는 것들 속에 살고 있다. 그 어느 것도 함부로 대해선 안된다는 무언의 약속을 지켜나가기 위한 날들이다.


차가운 겨울밤, 반짝이는 별의 주인은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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