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소리 그치고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

나를 깨우는 새벽의 발자국 소리

by 최동철

새벽 3시 31분, 비와의 길고 지루했던 신경전이 멎은 고요한 아침. 나의 발걸음은 망설임 없이 산길로 향했습니다. 며칠 동안 발목을 잡던 일기예보와 싸움은 끝나고 먹구름이 걷히자, 비로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이른 새벽, 발바닥에 닿는 감촉과 발자국 소리가 만들어내는 평화로운 울림. 그것은 단순한 산책을 넘어, 마음의 소리를 듣는 명상과도 같았습니다.

산 초입에서 들려오던 가을 풀벌레 소리는 발걸음을 옮길수록 점차 옅어졌습니다. 어느 순간, 그 소리마저 사라진 산은 깊은 적막 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오로지 나의 발자국만이 흙과 돌멩이를 밟으며 소리를 냈고, 그 소리는 세상의 모든 소음을 덮어버린 채 저에게 온전히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롯이 나만이 존재하는 시간, 발바닥으로 느끼는 감각과 내면의 목소리만이 또렷해졌습니다.


그 고요 속에서 사색은 깊어졌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 다가오는 휴일의 약속,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물음들. 복잡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다가, 문득 계절의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멈춰 섰을 때 다시 들려온 풀벌레 소리는 이제 여름을 뒤덮었던 매미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여름의 전성기를 알리던 매미의 날갯짓은 이미 멎고, 이름 모를 풀벌레와 귀뚜라미만이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자연의 순리는 이토록 어김없이 찾아오고, 또 어김없이 떠나갑니다.


뜨겁던 무더위가 물러가고 시원한 기운이 감도는 아침, 가을의 시작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발바닥으로 걷는 이 길은 단순히 산을 내려가는 길이 아니라, 삶의 작은 희망과 기대감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일이 잔뜩 쌓인 목요일이지만, 내일이면 찾아올 금요일의 행복한 기분을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즐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새벽 명상이 주는 소중한 깨달음입니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그믐달이 땅에 붙어 불타고 있습니다.


오늘의 발바닥 명상은 여기까지입니다. 삶의 고요함 속에서 나만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살아갈 힘과 지혜를 얻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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