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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글루 May 16. 2023

낡고 지친 레즈비언의 이쪽 어플사용기(3)

대화 10분 만에 오프 가능?



-20분이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커피라도 한 잔 하실래요?



 세상에. 대화한 지 10분 만의 일이었다. 어떡하지? 이 사람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어플을 하다 보면 종종 AI 같거나(?), 사기꾼이거나, (레즈비언 어플인데도) 남자인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지. 고작 10분 이야기해봤을 뿐인데 괜찮을까?

 한 달을 카톡만 주고받다가 만난 사람, 2주일, 1주일 간격으로 연락하다가 만난 사람은 있어도 대화 10분 만에? 이런 적은 없었다. 이렇게 봐도 괜찮은 걸까? 마침 볼 일이 있어서 나와있는 곳과 그 분과의 거리가 굉장히 가깝기는 했다. 어떡하지, 뭐라고 해야 할까? 수만 가지 생각이 오가느라 답이 늦어지자 상대가 말을 이었다.


 - 재미있는 분인 것 같아서요!

   아! 뭘 하자는 건 아니에요!!!

   저희 집도 오시면 안 되고요!

 - 네? 집이요???

 - 아니 그니까, 그런 목적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


 그분은 어쩐지 대화를 하면 할수록 더 이상해지는 늪에 빠지고 말았고, 빠져나오기 위해 하염없이 무슨 말을 덧붙였는데 그 덧붙임들이 하나같이 다 수상했다. 근데 만나기 전부터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을 어떻게 안 볼 수 있을까? 무섭지만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 그럼 저는 출출하니까 카페에 가서 먼저 요기하고 있을게요!

 - 네, 금방 갈게요! 양치 좀 할게요 그럼!

 - ?? 양치..?

 - 아, 이상한 뜻 아닌데.. 무덤 그만 파야지.. 망했다.


 그렇게 카페에서 만난 해준은 어플에서 대화했던 대로 말이 잘 통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진짜 좀 이상한 사람이기는 했다. 근데 뭐. 둘 다 이상한 부분이 있어 말이 잘 통했던 것이리라.

 그 뒤로도 우리는 종종 편하게 동네에서 만나 콩나물 국밥집에서 밥을 같이 먹고,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재미있다고만 생각했던 어느 날, 해준이 우리의 관계를 정립했다.

 "우리는 '친구'잖아. 그렇지?" 맞아. 우리는 친구다.





  어느 ,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플 이야기가 나왔다. '나를 좋아한 사람'   있는 프리미엄권을 이용 중이라는 해준의 말에 솔깃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말고도 프리미엄을 추천하던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어플로 만난 여자 친구와 결혼까지 했다.  이후,  번째 추천을 받은 것이다. 프리미엄으로 결제하면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   있고, 매칭이 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말을   있다. 프리미엄, 이걸 ? 말어?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은 마음과 궁금한 마음이 충돌했고, 결국 결제까지 하고 말았다.(애초에 반대쪽 입장은 의견이 강하지 않기도 했다.) 그래도 괜찮은 사람을 만나려면 어느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논리가 부족한 합리화도 잊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게 정말 맞아? 아아, 쉽지 않은 레즈비언의 삶이여!





* 사용된 이름은 가명입니다.

* 어쩐지 어플 후기를 적을수록 광고 같은 느낌이 되는데, 광고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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