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레전드의 성장 드라마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가요계는 지난 노래를 다시 조망하는 프로그램 기획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80/90년대의 감성에 대해 많은 세월을 함께한 올드팬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젊은 층들까지 합세해 호응을 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과거의 인기곡들이 다시 방송을 통해 소개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효리와 비, 그리고 유재석이 부캐를 앞세워 옛 감성으로 만든 신곡 발표 프로젝트를 높은 시청률로 소화해 낸 '놀면 뭐 하니'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프로를 통해 발표된 신곡은 얼핏 들으면 수십 년 전 노래인 듯하지만, 당당한 신곡으로서 가요 차트의 상위에 랭크되면서 높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 원 히트 원더로 사라진 희귀성 있는 아티스트의 과거 활동까지 다시 조명하며, 다양성 있는 복고 트렌드를 이루기도 합니다.
유재석과 유희열이 진행한 '슈가맨을 찾아서'는 매 회 높은 관심을 일으키며, 활동을 중단했던 옛 가수들을 팬들 앞에 감동의 무대로 다시 서게 만들었습니다.
현실이 팍팍할수록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해 그 속에서 안식을 얻는 군중심리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 당시의 노래를 들으면 생각나는 당시 본인의 개인적인 추억도 한몫을 할 것입니다.
지난 주말 JTBC에서 방영되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인 '뭉쳐야 찬다'가 1년 반 동안의 방송을 마치고 시즌 1 종료 예정 소식을 알린 바 있습니다
뭉쳐야 찬다는 과거 자기 분야에서 정상에 올랐던 스포츠계의 전설들을 모아 조기축구를 한다는 기획의 프로그램입니다.
감독은 예능감과 실력을 고루 갖춘, 이제는 전문 해설 위원이 된 안정환이 맡았습니다.
선수진은 고정과 반고정, 게스트로 섭외된 여러 분야의 스포츠 레전드 급 선수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포맷입니다. 각 선수마다 과거에 이뤘던 화려한 성공이 추억처럼 재생되며 스포츠를 통한 복고의 코드를 명확하게 제시해 줍니다.
축구를 본격적으로 해보지 않았던 각 분야의 선수들이 처음부터 완벽한 기량의 경기를 선보일 수는 없었기에, 안 감독에 의해 차츰 실력을 쌓아가는 과정을 매회 보여주게 됩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이후의 제2 막을 설계하는 삶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감정이입이 되어, 화려한 과거를 가진 레전드 급 선수들이 새로 도전하는 그라운드에서 좌충우돌 고생하는 모습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됩니다.
거기에 매 회 경기를 치르면서 큰 점수로 패배를 밥 먹듯이 하는 과정을 이겨내고 승리를 얻어내는 과정은 성장 드라마와 같이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특히 이미 여러 방송이 익숙했던 몇몇 선수들 외에도, 거의 처음 예능에 소개되는 선수들까지 저마다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운동'을 소재로 하고는 있지만 경기 외에도 즐거움의 요소를 제공하기 충분해 보입니다.
농구 대통령 허재 선수가 꾀를 부리고 투정하는 다소 귀여운(!) 캐릭터가 되거나, 초기 이만기와 이봉주가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마치 톰과 제리 같은 대조적인 역할로 콤비를 이뤘던 것이 그 예입니다.
앞서 언급한 복고+성장+다양한 캐릭터가 어우러진 뭉쳐야 찬다는, 팀이 이루는 연속적인 서사까지 더해지면서, 토너먼트 대회 출전을 통해 목표한 순위를 성취하는 기승전결의 짜임새까지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뭉쳐야 찬다가 종편 방송의 한계를 안고도 6%대의 높은 시청률로 성공을 하면서, 유사한 포맷이 타 방송에서도 만들어지게 됩니다.
박세리 선수가 주축이 된 '노는 언니'가 그것입니다.
노는 언니는 뭉쳐야 찬다가 축구를 통해 보여줬던 콘텐츠의 중심을, 선수 생활로 자기 시간이 없었던 선수들에게 다양한 여가를 즐기게 하는 것으로 잡고 있습니다.
매 회 선보이는 선수들의 대화 속 애환과 추억을 공감하게 되는 것은, 해당 분야가 인기 종목이든 그렇지 않든 그 속에 보이는 선수들마다의 자기 삶에 대한 치열함이 엿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뭉쳐야 찬다는 시즌 1을 통해 부상을 입었던 이봉주 선수와 정신적으로 힘든 과정을 거친 정형돈을 다시 부르며 열혈 시청자들을 안심시키는 세세함도 잊지 않았습니다.
모쪼록 시즌 2에서는 레전드들이 더 이상 부상당하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에게 주는 즐거움만큼이나 본인들도 경기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즌 2가 축구를 계속할지 혹은 다른 스포츠로 종목을 갈아탈 것인 가에도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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