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종신 Mar 28. 2018

응답하라 패디동(go FDSIG)

SNS의 느슨한 관계가 만들어내는 정보의 흐름

ATDT로 접속하던 PC통신 케텔에서,  우리 예비 동호회가 정식으로 승인받는 것을 의논하기 위해 운영진의 첫 모임을 대학로에서 가졌었습니다. 

당시 부시삽이었던 제가 다른 운영진들의 면면을 본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름 대신 "최고다님"처럼 서로의 아이디를 경어로 부르며 어색해했던 우리는, 그 후로 번개나 이벤트, 정모 등을 통해 자주 만나며 서로 친해지게 됩니다. 

심지어 파리 출장 중에는 시삽 형과 일부러 일정을 맞춰서 심야 영화도 함께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우리 패디동(FDSIG)의 전성시대는 시작되었었습니다. 

그 때는 PC통신으로 동호회 회원들이 모이기는 했지만, 정작 오프라인 모임에서 실제로 가까와지려는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동호회를 유지하는 힘도 실제 만나서 싹튼 유대감에 근간을 두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말고도 그 때 PC 통신 동호회 활동을 했던 분들이 지금까지 그 유대를 이어 오는 예를 주위에서도 가끔 봅니다.

하지만 최근의 소셜 네트워크로 대표되는 온라인의 인맥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과거처럼 실제로 만나며 유대를 발전시키려는 강박이 덜하고, 온라인 상의 느슨한 관계로서도 만족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보여집니다. 

미국 그래노베터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이와같은 느슨한 연결이 더 중요한 정보의 흐름(The strength of weak ties)을 갖는다고 합니다. 

확률적으로 친구나 가족들의 정보와 내가 아는 정보는 상당 부분 겹치기 마련이지만, 느슨한 관계에 있는 사람은 내가 모르는 정보를  갖고 있을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SNS를 통해 다수로부터 큰 도움을 받게되는 사회적 약자의 사례를 뉴스에서 가끔 보게 되는데,
이것은 이해관계가 전혀 없이 온라인 상의 느슨한 관계로 맺어진 사람들이 서로를 독려하며 선의의 도움을 부담 없이 주고 받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근 새로운 사업 기획과 관련해서 정보를 모으고 조언을 구하는 모든 일들이 소셜 네트워크로 통칭되는 온라인 인맥으로부터 가능하지 않았다면 훨씬 답답하고 더뎠을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온라인에서 맺은 느슨한 관계들 중에서 또 어떤 인연은 '촌스럽겠지만' 옛 방식대로 쫌 타이트해질 수 있을까 기대를 해 보기도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