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스각질

by 최굴굴

골절수술 후 2주가 되어 실밥을 풀었다. 그리고 실밥 구멍이 메워지는 정확히 3일 뒤, 드디어 발을 씻을 수 있었다. 물론 통깁스를 견디지 못하고 깬 자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호기롭게 시작한 샤워였으나, 힘없는 발목에는 가느다란 샤워물줄기마저 무겁게 느껴졌다. 아픈 발목이 놀랄세라 살살살 물만 찌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티슈로 발을 닦던 지난날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개운함이 기분을 좋게 했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침대에 누워 머리를 말리고, 한껏 높이 쳐든 발에 새 붇대를 감으려는 순간, 후두둑 후두둑 뭔가 얼굴로 떨어졌다.

어라? 이게 뭐지?


나의 각질이었다. (식사 중이셨다면 죄송합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박박 씻지는 못해도 매일 물티슈로 닦고 알코올로 소독해 온 발이었는데, 어마어마한 각질은 말 그대로 '후두둑' 소리를 내며 여기저기 흩뿌려지고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각 잡고 앉아 각질을 살살 문질러 털어냈다. 실로 엄청난 양이었다. 흡사 아이스크림 철판에서 주걱으로 아이스크림을 도로록 말아내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무리 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 다음 샤워날 다시 하기로 하고 후퇴했다.


하지만 그다음 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그리고 3주가 지난 지금도 깁스 각질은 계속 밀려 나오고 있다.

그동안 헨젤과 그레텔이 흘린 빵 부스러기처럼 여기저기 내 자취를 남기고 다녔을 걸 생각하면 조용히 울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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