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실종사건

by 최굴굴

나는 하체부실형 체형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골격이 작고 마른 체형인데 특히나 골반, 엉덩이가 빈약하고, 다리가 가늘다. 대신 팔뚝은 뚠뚠하다. 그래서 사춘기 자아정체성이 생긴 이후로 쭉 나의 콤플렉스는 학다리와 우람한 팔뚝이었다.

나의 골절 캐릭터와 실제 나 사이에는 괴리감이 없지 않은데, 실제 모습은 다음과 유사하다.

때문에 평소 나시티는 절대 입지 않고, 가느다란 허벅지는 가려준다. 아니면 허리를 졸라매서 상대적으로 볼륨이 생기게 하는 트릭을 써왔다.

그러다 발목골절 수술을 받으면서 한쪽 다리를 못쓰게 되자, 나의 엉덩이는 빈약함을 넘어서 그냥 없어져버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바로 누워 심장높이 이상으로 발목을 거상해야 부기가 빠지고 통증이 그나마 덜하다 보니 기나긴 와식생활이 이어졌다. 아주 잠깐 화장실을 가거나 식사하러 부엌에 갈 때는 굴러가는 의자에 앉아 멀쩡한 다리만 굴러 이동했다. 어쩌다 나갈 일이 생겨 목발을 짚으면 애꿎은 팔뚝만 벌크업 될 뿐이었다.

그렇게 내 하체는 몸을 받치는 일을 하던 기억을 잃었다. 그리고 슬프게도 흔적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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