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성장의 비결
재밌는 건 함께 봐야 한다.
아들의 일기를 공개한다.
나의 단점.
나는 키가 작다. 8월 중순에 태어났어야 하는데 7월 초에 태어나서 그렇다.
엄마가 내가 잘생겼나 빨리 보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아쉽게도 못생기게 나왔다.
엄마는 내가 잘생겼다고 착한 거짓말을 한다.
어쨌거나 황**이 우리 반에서 가장 작고 그다음으로 내가 제일 작다.
'엄마가' 빨리 낳아서 자기 키가 작다는 하소연을 일기에 쓰다니 발상이 귀엽고 웃기면서도 약간 억울하다.
전치태반이었다. 갑작스러운 출혈로 응급수술을 하게 되었고, 아들은 35주에 2kg으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일주일을 보내고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아이가 작아도 별일 없었음에 감사하며 살고 있었는데, 키는 아이에게 별일이었던 거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표리부동의 대명사다.
키는 크고 싶지만, 먹을 것엔 관심이 없고, 늦게까지 놀다 자고 싶어 한다.
한없이 늘어져 TV를 보다가 아이*, 잘*톤 등 영양제 광고만 보면 눈이 뒤집혀
'엄마 저거 좀 사줘, 왜 안 사줘, 내 키 어쩔 거야' 하며 생트집을 잡는데, 이것이 보약 해다 주는 한의사 엄마한테 할 소리인가 싶다.
보약을 들이붓는 족족 새는 바가지 주제에 말이다.
내가 억울한 이유다.
내내 작은 키에 꽂혀 우울해하던 아들은 그래도 약발이 받는지 최근 부쩍 잘 크고 있다.
그러나 그의 기분이 갠 것은 키가 잘 커서가 아니었다. 뜻밖의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학기말, 친구들에게 재밌고 좋은 친구였다며 내년에도 같은 반이 되고 싶다는 칭찬 일색의 롤링페이퍼를 받고 나서 인기는 키 순이 아니라 유머 순이라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했다.
나 역시 학창 시절 내내 1번이었고, 별명이 땅콩이었고, 지금도 평균키를 한참 밑도는 키 덕에 하이힐 마니아지만 남들과의 키 차이를 뛰어넘을 수많은 강점들을 찾아냈다. 예를 들면 귀여움이라던가....... 하하하.
'키는 작지만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문장에서 '키는 작지만'에 방점을 찍을지, '괜찮은 사람'에 방점을 찍을지는 내가 정한다.
아들이 이런 인생의 진리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이 기특할 따름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자. 그럼 자기 복만큼은 큰다.
그리고 마음은 더 많이 자라 있을 거다. 그때쯤이면 한의사 엄마도 억울할 일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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