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직급에 따라 필요한 능력은 다음과 같다.
대표는 조직의 전략방향을 결정하는 일을 한다.
임원은 실무자들이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관리자는 추상적 지시를 구체적 업무로 만들어 실무자에게 분배하고 그 결과를 취합하여 보고하는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한다.
실무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완수해야 한다.
잘 안 돌아가는 조직은 이런 역할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실무자가 방향성에 개입하니 사공이 많아져 버리고,
관리자가 KPI 관리 대신 실무자의 일을 하니 병목현상이 생긴다.
임원들이 책임을 지지않으려 하면 선장이 없는 배가 되어 버리고
대표가 전략에 관심이 없으면 바다위에서 표류하게 된다.
이중에서 관리자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임원레벨에서 추상적 개념으로 내려오는 지시를 업무로 만들어 할일목록을 세우고 그에 따라 일정과 수행계획을 실행하고 체크하는 일에 능통해야 한다. 이는 실무를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직접 하지는 않더라도 실무진들보다 훨씬 넓고 깊은 기술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임원은 조직 관리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관리자들이 하는 스킬적인 부분이 아니라 리더십적인 부분이 더 영향을 미친다. 조직의 문화를 안착시키고, 업무 프로토콜을 재정립하고,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를 정리하는 일 같은 것이 이 레벨에서 해주어야 할 일이다.
최고 경영자에게서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본다. 업무는 실무전문가들이 하면 된다. 그러나 조직의 장기적인 미래를 보는데에는 기술이 밑받침이 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비즈니스를 넘어선 영역으로서 다양한 직간접 경험과 인사이트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분야다. 그래서 CTO나 CFO와 같이 직무분야의 전문가로 있는 사람도 조직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초월하는 경험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모래사막이었던 두바이를 중동의 허브로 만든 일이나 엘론 머스크가 사람들이 상상하지 않았던 사업 아이디어들을 연속으로 발표하는 것, 이런건 비즈니스의 영역이 아니다. 순전히 상상력의 영역이다.
실무자는 주어진 업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잘 하면 된다. 요구사항을 완벽히 이행하고 나아가 더 높은 성과와 생산성을 가지고 처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해당 분야에 있어서는 본인이 최고 전문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업무의 최전선에서 좁지만 깊게 전문영역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실무기술을 마스터한 상태에서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관리 기술을 배우면 관리자로 성장하게 된다.
아무리 잘난 개인들이 있어도 개인은 조직을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의 능력과 역할에 따라서 해야할 일들을 나누고 그것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비록 가끔 자신이 톱니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그 시계가 수십억원의 명품시계인지 아니면 몇만원짜리 시장시계가 될 것인지도 결국 구성원들의 역량에 따른 것이다.
* 같이 읽어볼 글 : 왜 커뮤니케이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