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업을 시작하며 궁금했던 점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학창시절때 왜 다들 암기형 주입식 교육을 받았을까. 교육학에서 그런 일방향성 교육이 가장 효과가 낮다는 것은 상식이다. 학부 1학년때 배우는 상식을 그 똑똑한 교대 졸업한 교사들은 왜 다들 하나같이 지키지 않을까 였었다. 이제 와서 보니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질문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답이 잘못 나오는 현상이다. 한국 공교육의 목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수능시험에 맞춰져 있었다. 적어도 내가 학교다니던 시절엔 전인교육 같은건 없었다. 그러니 교육의 방향도 점수를 잘 내기 위한 것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4지선다형 문제를 잘 풀기 위한 암기 요령을 가르치는 방법밖에 없었다.
둘째는 정책의 문제다. 토론, 실험, Problem-based learning, 플립러닝 이런 것들을 통해 수업을 하려면 교육 과정에서 정해진 진도를 다 나갈 수가 없다. 진도를 채우기 위해서는 핵심만 요약해서 설명하는 강의식 교육을 할 수 밖에 없다. 제한된 기간안에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양이 너무 많다.
물론 태도나 실력이 부족한 교사도 없지는 않겠지만, 결국은 제도와 정책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문제가 잘못되는데 정답이 맞게 나올 수가 없는 노릇이다. 다들 선망하는 핀란드형 공교육 모델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의 차터스쿨만 하더라도 PBL로만 초중고 커리큘럼을 모두 진행하는 학교들이 제법 된다. 숫자지표만 봐서는 오바마도 한국 교육을 칭찬했지만,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청소년 우울증과 자살율은 교육통계에서 피하는 부분이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날 우리들이 인생을 사는 모습도 이런 형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과도하게 많은 진도를 내기 위해 창의와 행복을 포기하고 학교라는 틀 안에서 갇혀 지냈던 학생들이 불쌍하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지킬 수 없는 너무 많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업무 능력도 좋아야 하고, 취미도 몇 개는 해야 하고, 대인관계도 좋아야 하고, 재테크도 잘 해야 하고, 부수입을 얻을 투잡 능력도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다 실천할 수는 없는 많은 목표를 세우니 이루지 못하는 계획들 때문에 실패의 경험이 누적되어 더더욱 우울함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고 하였다. 좌절도 마찬가지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안하면 도태되는 것 같은 쏟아지는 상품 광고들을 통해 불안감을 느끼며 너무나 많은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위의 사례에서 질문을 찾는 것을 MBO라고 하고, 과목별 점수를 KPI라고 하며, 과목별 목표점수와 학습방법을 정리한 것을 BSC라고 한다. 관리경영학의 핵심은, 관리 지표가 많을수록 관리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핵심지표관리(Core KPI management)가 중요하다. 확인해야 할 지표가 1개인 회사는 그 목표에만 천착하면 되지만, 20개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그건 지킬 수 없는 구호에 불과하게 된다.
이상이 높고 욕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우울감을 많이 느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애초에 많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일상의 소소한 성취물들을 이뤄가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의 양은 우리가 생각하는것 만큼 많지 않다.
양이 아니라 질로 일하는 문화가 절실하며, 속도가 아닌 방향을 맞추는 경영이 필요하다. 양과 속도는 그 다음의 문제다. 주입식 교육문화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성장을 원한다면,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업무현장과 일상생활에서의 문화도 변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