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중요한 것은 '태도'다. 변수를 만났을 때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 변수를 선물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 나에게 달렸다. 인생도 여행도 아직 여정이 한참 많이 남아 있다. 좀 더 넓은 시야로 다양한 변수를 바라보며 풀어가는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월간 에세이 2024년 8월호 / 송현서 /'변수의 반전 매력' 中 -
변수(變數)
[명사]
「1」어떤 상황의 가변적 요인
「2」어떤 관계나 범위 안에서 여러 가지 값으로 변할 수 있는 수
'변수'라는 단어 자체에는 부정적 뉘앙스가 없다. 그런데 나는 내 인생의 변수를 늘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였다. 계획대로 착착 흘러가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여행하던 중에 있었던 일이다. 나에게 자유로움을 선물하고 싶어 혼자 떠난 여행이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스케줄을 철저하게 짰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은 한 곳도 빼먹고 싶지 않았고,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맛집은 하루 다섯 끼를 먹더라도 반드시 방문해야 했다. 그렇게 타이트한 여행 일정 속에서 나는 자유로움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는 식물원을 방문했다. 여행 일정이 바쁜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마른땅을 뚫을 것처럼 쏟아지는 빗줄기는 마치 '봤냐? 대륙의 비는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다행히 차양 밑에 벤치가 하나 있길래 냅다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비라는 변수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 그리고 그 빗소리가 만들어준 엠씨스퀘어풍 안도감. 갑자기 평온함이 찾아왔다. 조급함은 사라지고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녔던 자유는 그제야 조금 내 곁으로 온 것 같았다. 무언가를 찾으려고 애쓰지 않을 때 나에게 그것은 곁을 내주는구나.
인생도 아직 여정이 한참 남았다. 나는 실체도 없는 변수들을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변수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 오지 않을 수도 있으며, 온다 해도 나를 해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다.
착착 흘러가지 않아도 돼. 선물 같은 변수가 찾아 올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