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버(Giver)의 정반대라고도 볼 수 있는 테이커(Taker)의 존재 때문이죠. 테이커, 나르시시스트와 같은 극도로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사람들을 뜻합니다. 테이커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볼까요? 내 안위를 위해서 누군가를 이용하고 싶은데 주위를 둘러보니 곰처럼 순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고, 평범한 사람들이 있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연스레 시선이 순둥순둥한 사람들 쪽으로 가게 되겠죠?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中-
예민한 사람들은 종종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돕는다. 예민한 사람들은 늘 상대방의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쉽게 인지하기 때문이다. 이미 타인의 어려움을 인지한 순간부터 예민한 사람들은 마음이 불편해지고,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리고 결국 상대를 도움으로써 자신의 불편함을 해소한다. 예민한 사람은 그래서 필연적으로 기버(Giver)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엔 기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테이커도 있다. 테이커 입장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가장 쉽게 얻어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기버다 보니 늘 순둥순둥하고 뭔갈 얻어내기 쉬운 기버에게 붙어있기 마련이다.
그렇다. 기버라고 쓰고 호구라고 읽으면 된다. 지금 당신 곁에 온통 이기적인 사람 뿐이라면 당신이 예민한 기버기이기 때문이다.
기버와 테이커 간의 이러한 관계성에서 정말로 흥미로운 점은 테이커에게 휘둘리면서 기버가 당연히 위협 의식을 느껴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것입니다.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中-
'노력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엄청난 어려움과 고통으로 뭔가를 얻어낸 사람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그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경향을 말한다. 들인 마음과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그것에 가치를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즉 기버는 테이커에게 많은 것을 희생했기 때문에 테이커에게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은 가치가 있어!' 가 아니라 '그 사람은 가치가 있어야 해!'라는 기제가 작동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이 투영된 물건이나 사람에게 더 애정을 느낀다. 자신이 직접 조립한 프라모델이 그냥 기성품으로 출시된 장난감보다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부모 자식 관계도 전형적인 기버와 테이커 관계다. 그래서 종종 억울한 기버(부모)는 이렇게 노력의 역설을 증명하곤 한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