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러 갈까?"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면 어김없이 체력이 괜찮은 날이었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中-
술을 마시다가도 여자친구가 퇴근할 시간이 되면 풍남문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 88-1번 버스를 탔다. 퇴근 시간 만원 버스에서 겨우 끼여 타고 30분가량을 가야 여자친구의 직장 앞이었다. 일을 마친 여자친구와 산책하듯 또 30분을 걸어서 집에 바래다주었다. 매일 그랬었다. 대학생 때 일이다.
체력이 넘쳐날 때의 나는 꽤 다정했던 것 같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인내심도,
데리러 가는 다정함도,
방금 보고 또 보고 싶어 하는 마음도
모두 체력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