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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환 Dec 02. 2020

그리움의 시절

그리움 :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


그리움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더 생각해봤어요.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 이 네 단어로 그리움을 정의한 것이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아서요. 


어원으로 보니 글, 그림, 그리움이 같은 어원 "긁다"에서 나왔다고 해요. 


어떤 생각을 마음속으로 긁는다. 


나는 얼마만큼의 그리움을 마음속에 긁어보았을까 상상도 해봤어요. 

하지만 더 세세하게 그려보고 싶다 생각이 들어 

회사 선배님 하고도 점심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보았네요. 




1. irreplaceable 


처음으로 내린 결론은 irreplaceable입니다. 

귀중하거나 특별하다는 감정은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그리워하는 시간과 공간 은 돌아오지 않기에 

유한해서 나만이 느끼는 대체할 수 없는 감정인 거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이런 대사가 있어요. 


"나도 널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내가 좋아" 그 시절은 돌아오지 않으니, 유한하니 그리운 거죠. 왜 아직도 타임슬립은 익숙하게 드라마 소재로 나올까요. 유한한 시간에 대한 갈망, 결국 상호작용하면서 유한한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는 인간의 본연적인 의지가 담겨 있어서지 않나도 싶어요. 




2. 통제 가능성 


결국 그리움은 상대적인 감정이죠. 여기서 두 번째 질문을 던져봤어요. 

왜 그리움을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를까. 이걸 통제 가능성으로 접근해봤어요. 

저는 전형적인 TJ 스러운 통제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예측 가능하다 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예측하지 못함에 스트레스받는 사람이에요. 그렇기에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해요. 쉽지는 않지만요. 그래서 그 유한한 상황에 온전히 100을 느끼려고 노력한다기 보단, 이러이러해서 난 60의 감정을 느껴 라고 소심하게 내향적으로 접근하기도 해요. 


하지만 회사 선배는 그렇지 않았어요. FP 스러운 그 감정에 충실하고 공감하는 전형적인 외향적인 사람이라 온전히 100을 느끼고 온전히 그때의 감정을 소모하곤 하죠. 그렇게 감정을 소모하는 게 제가 느끼기엔 힘들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긴 해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저보다 그리워하는 대상이 적을 확률은 높다고 봐요. 그때 그 감정을 끝까지 쓰니깐요. 전 그때 그 감정을 오롯이 못 써서 인지 그리워하는 감정이 더 많은 것 같고요. 

후회하고는 또 다른 결의 그리움? 




3. 부등호 


 그래서 다소 내향적이고, 소심한 성격에서 그리움을 바라볼 거예요. 1번과 2번이 있어야 3번의 제 모습과 연결되어 제가 생각하는 그리움의 이야기가 완결 지어질 것 같았어요. 제 마음속으로 감정의 부등호를 만들고 현재의 모습과 그리워하는 시기의 모습이 부등호가 생길 때 그리움을 상상하게 된다는 결론에 이른 거죠. 


 □ 초등학교 

 저는 억울할 때마다 울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 엄청 자주 울었어요. 놀려서 짜증 난다고 울고, 난 달리기만 했을 뿐인데 발을 걸지도 않았는데 나 때문에 넘어졌다고 넘어진 친구한테 맞아서 울고, 이것저것 다 해보겠다고 손들다가 하지 말라는 제지에 울고 등등 워낙 많아서 적기도 힘드네요. 전 그런 그때의 제 모습이 그리워요. 난 왜 억울한 게 많이 없어졌을까. 작은 것 하나에도 억울해하는 순수함이 그립더라고요. 


 □ 재수가 끝난 겨울 

 2008년 한참 재수를 다 마치고 정시 결과를 기다리는 때 우연한 기회로 장영희 작가님의 <내 생에 단 한번> 책을 봤어요. 감추려 해도 새어 나오는 향기처럼 은은한 그녀의 에피소드가 좋았고, 그 후로 저는 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 회사도 오게 된 어찌 보면 고마운 분이죠. "숨기지 않는 솔직함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오롯이 우뚝 선" 그녀처럼 살고 싶다. 생각도 했었네요. 


하지만 저는 하늘나라로 가신 그녀에게 "귀하디 귀한 글이 보고 좋았어요" 한 마디 못하잖아요. 이미 부등호가 정해져 버린 마음의 그리움 이랄까요. 한 번도 보지 못한 분인데도 전 그리움이 생겨버렸어요. 이 그리움의 결은 어떻게 보면, 이미 정해져 버린 그리움 같아요. 


□ 보고 있어도 그리운 사람 


가끔 그런 말 있잖아요

"다음 생에는 내 딸로 태어나줘." 


저에게는 외할머니가 그런 사람이에요.

 

 태연했으면 하다가도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들. 작은 천이 꿰매어져 마음을 덮는 조각보가 되듯이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작은 이야기들인데, 하나 둘 모여 되돌려주지 못한 무언가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계속해서 계속해서 갚아나가도 내가 할머니 나이 되었을 때에 또 그리워질 것 같은.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는, 자애롭고 따뜻한 그녀의 모습에 감화할 수밖에 없는. 


 이 시간이 대체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만나도 그리운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봐요. 




상실감과 애타는 마음을 중심으로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표현하기에는 아쉬웠어요. 

조금 더 다른 관점으로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지고 온 곡 비틀스 I will 이에요. 




영국 남자 paul 이 뉴욕 여자 Linda를 히드로 공항에서 기다리면서 쓴 곡이라고 하네요. 


And when at last I find you Your song will fill the air.
 

 1:38분의 기타 하나만 메고 부른 짧은 곡에서 그녀를 그리워하는, 사랑하는 감정이 느껴져서 다시 추천해보고 싶었어요. 소중하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내 마음을 상상해볼 수 있는 그리움이라는 단어. 


이게 제가 느끼는 그리움이에요. 

당신의 시절이 그리고 그리움이 궁금하네요.



Ps. 1. 같이 들은 노래  


LANY - Malibu Nights


MAC AYRES - E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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