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M모텔 청소 일을 무사히 끝마치고 1주일 후인 12월 6일에 MRI 검사 및 뼈스캔 검사를 받으러 다시 강원대 병원을 방문하였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으니 가능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자고 다짐하며 검사에 임했다.
오전에 MRI 검사를 먼저 받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오후에 뼈스캔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그 이유를 간호사가 뭐라 뭐라고 설명해 주었는데 정신이 없어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마 검사 전 투여하는 주사 때문에 몸속에 약물 성분이 남아있으면 다른 검사에 지장이 있을까 봐 그런다고 한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
MRI 검사를 하기 전에 무슨 각서 같은 걸 쓰고 서명을 하는데 마치 신체포기각서를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피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는 주삿바늘을 그대로 꽂아두고 테이프로 감아둔다. MRI 검사 시 약물을 주입하는데 편하게 하기 위해서란다. 잘 모르니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사진출처 : Pixabay]
어찌 되었건 긴장된 마음으로 모든 검사를 마치고 돌아와서 결과가 나오는 날 까지는 1주간의 여유가 있었기에 모든 근심걱정을 털어버리고 기분전환도 할 겸 아내와 함께 속초에 있는 설악 워터피아에 다녀오기로 했다. 비수기라서 입장료도 저렴하고 사람들도 많지 않아서 호젓한 분위기 속에 물놀이를 하며 잘 놀고 왔는데 12월 초의 속초는 생각보다 너무 추웠다. 기온도 낮은데 칼바람이 불어와 물밖에 나와있으면 온몸의 뼈가 시릴 정도였다. 온천 풀장 이동 중에는 바람이 세게 불고 너무 추워서 감기에 걸릴까 봐 조심하였다.
드디어 결과가 나오는 12월 13일 아침에 비장한(?)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실 앞에서 심호흡을 한번 하고 들어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차트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전립선암이 맞긴 하는데 크기도 매우 작고 조기에 발견되어 아직 1기라고 보기도 어려운 상태이며, 뼈검사 결과 전이된 것도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 상태로는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고 3개월마다 추적검사를 하면서 경과를 살펴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여러 전립선암 치료 단계 중'적극적 감시'에 해당되어 암의 진행상태가 확인되면 바로 수술 및 방사능치료를 하게 된다는 설명도 덧붙여주셨다.
[사진출처 : Pixabay]
세상에~ 무엇보다도 당장 수술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너무 반갑고 기뻤다. 아무래도 수술을 받으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절차도 복잡하며 또 그 후유증도 상당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이란 생각에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 3개월 후에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예약해 놓고 점심으로 맛있는 설렁탕을 먹고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필리핀으로 들어가는 항공편을 알아보니 12월 중순부터 다음 해 2월까지는 여행성수기라서 요금이 엄청 비싼데 크리스마스 당일인 12월 25일에만 저렴한 티켓이 있어서 바로 결제를 하였다. 원래 이 시기에는 거의 모든 항공사의 왕복 티켓요금이 1인당 50~60만 원 정도 하는데 와이페이모어란 사이트에서 살펴보니 32만 원짜리가 나와있기에 서둘러 구입을 한 것이다. 비수기에는 인천에서 마닐라까지 왕복 10만 원대 티켓도 있는데 지금은 꿈도 못 꾸는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