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두천에 가면 마치 외국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미국마을과 일본마을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쉬는 날을 이용하여 가보기로 하였다. 푸르른 하늘이 주는 가을 기분을 맘낏하며 차를 몰아 도착한 동두천 일본마을은 기대에 비해 큰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가평에 있는 스위스 마을 '에델바이스'와 마찬가지로 터무니없이 비싼 입장료와 별 볼일 없는 마을 조성에 먼 길을 괜히 왔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제기랄~~~
얼마 전 TV를 보다가 '생생정보'란 프로그램에서 동두천에 있는 한국마을, 일본마을 그리고 미국마을을 소개하는 것을 보고 언젠가 한번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 일본마을은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이제 추석명절도 지나고 폭염도 거의 끝나가니 기분전환 겸 가보기로 하였다.
이번 일정은 가장 먼저 보산동에 있는 미국마을 '캠프 보산'에 들러 이색적인 분위기의 거리를 둘러보고 케밥 맛집에서 양고기 케밥과 닭고기 케밥을 먹어보는 것이었고, 그다음 칠봉산에 있는 일본마을 '니지모리 스튜디오'에 들러 일본풍으로 조성된 드라마 세트장을 둘러본 후 일본식 돼지육수 라면을 먹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벽화거리로 알려진 한국마을에서 숙박+소고기 무한리필+조식을 5만 원에 제공한다는 민박집을 찾아보는 게 이번 여행의 주목적이었다.
춘천에서 약 59Km 거리에 있고 자동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동두천은 생각보다 도시 규모가 크고 아파트 단지도 많았다. 가장 먼저 들른 '캠프 보산'은 마치 1980~90년대 춘천의 '캠프 페이지'처럼 미군부대가 주둔하며 생겨난 미군 위주의 클럽과 술집, 잡화점 등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풍경이 이색적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굳게 닫고 영업을 안 하고 있어 건물들이 을씨년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낮이라서 그런가?) 미군들이 퇴근하는 밤 시간에는 클럽들도 오픈하고 거리도 사람들로 좀 북적일까?
[동두천 미국마을 '캠프 보산']
다음으로 들른 일본마을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나에게 너무나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입장료가 1인당 2만 원으로 너무 비싼데 안에 들어가 보니 별로 볼 것도 없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그냥 일본풍으로 지어진 라멘 가게와 료칸 건물들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는데 채 1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일본라면도 가장 기본이 13,000원으로 너무 비싸서 먹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2만 원이나 하는 입장료를 받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올 때는 또 주차비로 3,000원을 결제해야 주차장을 나올 수 있었다.
그래도 일본 여행을 온 것 같은 대리만족을 얻으려는지 여기저기서 젊은 커플들이 일본풍의 상점과 건물들을 배경으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동두천 일본마을 '니지모리 스튜디오']
결국 케밥도 못 먹고 일본식 라면도 못 먹어보고 그냥 춘천으로 돌아오는 내내 2만 원(둘이서 4만 원)이라는 입장료가 너무너무 아까웠다. 기대에 비해 실망감이 커서 벽화거리는 가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는데, 가평에 있는 스위스 마을, 프랑스 마을, 이탈리아 마을처럼남해에 있는 독일 마을, 미국마을들도 모두 보여주기 식으로 조성되어 있는지 궁금함이 들었다. 나중에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러 가봐야겠다.
최소한 입장료가 아깝지는 않을 정도로 성의껏 꾸며놓으면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찾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