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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누리 Dec 12. 2023

조직 정체성과 표리상응한 조직문화

MZ세대를 매료하는 기업들


기업은 성장의 서사를 쌓아 가면서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을 초월하는 조직 자체로서의 개성을 형성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다. 조직문화란 구성원들이 자신이 몸담은 조직을 받아들이는 지각과 가치관에 근거한 공유된 가치체계를 말한다. 국가와 사회가 독특한 삶의 방식으로 문화를 가지듯 기업들도 사회적 구성체로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형성한다.




조직문화는 5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중심축이 되어 조직 정체성의 기반이 된다.

 

둘째, 구성원들의 조직 정체성을 강화하여 직원들 간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형성함으로써 조직 내의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조직몰입을 증가시켜 조직시민행동과 같은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성과를 향상한다.


넷째, 업무와 환경에 대한 이해의 틀을 형성하여 구성원들의 공유된 상황 지각을 유도한다.


다섯째, 구성원들 간의 행동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상호행동을 통제하거나 정당성을 부여한다.


조직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직을 전체적으로 통합하고, 일관성 있는 운영을 가능하게 해주며, 조직 응집성과 성과를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업들의 성공 요소로 여겨진다.




 ‘사람인’이 2022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1년 이내 조기 퇴사자 발생 비율이 84.7%에 달하는데, 그 중에서도 MZ세대의 조기 퇴사 비율이 더 많다. 기업에서 직원을 선발하는 과정과 채용된 신입 직원을 조직에 적응하도록 교육 ∙ 훈련하는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MZ세대의 높은 조기 퇴사 비율은 이러한 인적자원 확보 및 개발 비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일이 너무 많아서’, ‘상사가 별로여서’, ‘동료가 별로여서’ ‘그냥 이 회사 자체가 마음에 안들어서’ 등 각각의 퇴사 이유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없어 관리자들은 고민이 많다.


이때 조직문화는 가장 포괄적인 해결책이 되어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이 MZ세대에 기존의 조직문화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저마다 창의적, 수평적, 자율적 조직문화를 표방하며 MZ세대가 머물고 싶어하는 조직문화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지만 결과는 처참하다.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에 선정되는 등 MZ세대에 적합한 조직문화 성공 사례로 회자되던 대표 기업에서도 직원들이 조직문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철강기업 포스코는 세대 격차를 해소하고 구성원 간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부서별로 ‘소통 프로그램’을 확대하였다. 회사의 주요 경영 현안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기존 타운홀 미팅에서 MZ세대와의 ‘세대 공감’에 초점을 맞추어 직급을 넘어선 소통을 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젊은 후배 직원이 고령 선배 직원들의 멘토가 되어 자신들의 문화를 알려주는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하였다.


또한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행복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땡스데이(Thanks Day), 해피버스데이(Happy Birth Day), 리프레쉬데이(Refresh Day), 스위트홈데이(Sweet home Day), 원팀데이(One team day)로 구성된 ‘파이브 데이즈(Five Days)’ 제도를 운영하였다.


한편 조직 구조를 개편하여 하나 된 팀으로 협업하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직급 호칭을 폐지하고 ‘프로’라는 단일 호칭으로 변경함으로써 수직적 상하 관계를 완화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취업 커뮤니티 잡플래닛의 기업 후기에는 “MZ세대와의 소통이니 어쩌니 하면서 입바른 소리는 잘하지만 실제로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 같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포스코 직원의 쓴소리가 눈에 띈다. “초봉만 높고, 꼰대 문화에 강제 봉사활동, 워크숍 등 이상한 걸 많이 시킨다.”는 불만도 있었다. MZ세대를 겨냥하여 조직문화를 구축하고자 여러 제도의 개편을 시도하였지만, 정작 구성원들의 폐쇄적 소통 스타일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탓이다.




포스코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MZ 세대에 적합한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데 실패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기업의 혁신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와 종업원 인식 간에 불일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하는 조직문화는 기업 홈페이지에나 적혀 있을 법한 뻔한 이야기다. 이것을 조직 구성원들이 실제 어떻게 인식하고 실천하고 있느냐가 훨씬 중요한 사안이다.




MZ세대에게 적합한 조직문화를 구축하여 HR 관리의 유효성을 증대하고자 하는 조직의 의도와 조직 구성원의 조직문화 인식 간에 부조화가 발생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표리상응’의 관점에서 대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표리상응(表裏相應)은 안팎에서 서로 손이 맞는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다. 기업은 조직 정체성(Organizational Identity)과 조직문화가 서로 일치하는, 즉 표리상응의 형태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컨시어스(Conscious)를 조직 정체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컨시어스는 ‘의식’ 또는 ‘자각’을 의미한다. 컨시어스를 바탕으로 행동주의 조직문화(Activist Organizational Culture)를 만들어 MZ세대의 실천적 행동에 대한 동조를 끌어냈다.


실제로 파타고니아는 전 직원들에게 사회적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시위 중 체포된 직원들에게 기업 차원에서 100% 보석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여 조직 구성원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행동주의 조직문화 구축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행동주의 문화에 공감하는 MZ세대들이 모이며 그들 위주로 조직이 구성되었다. 이 때문에 파타고니아는 전 세계적으로 MZ세대가 선호하는 글로벌 의류 브랜드 반열에 등극할 수 있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넘버원 아이웨어 기업 ‘젠틀몬스터’는 창조적 파괴를 의미하는 디스럽티브(Disruptive)를 조직 정체성으로 내세운다. 혁신과 변화를 따르는 MZ세대에게 부응하고자 디스럽티브를 바탕으로 민첩함에 중심을 둔 애자일 조직문화(Agile Organizational Culture) 구축에 힘썼다. 젠틀몬스터는 제품 디자인팀을 제외하고 브랜드 본부 산하에 뚜렷한 팀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프로젝트가 발생하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팀을 꾸려 경쟁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프로젝트 경매 시스템’을 운영한다.


또한 프로젝트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시각과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직 구성을 위해 채용 시점부터 미디어 아티스트, 뮤지션, 파티시에 등 다양한 역량을 갖춘 MZ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한다. 그 결과, 현재 젠틀몬스터는 여느 글로벌 기업 못지않은 MZ세대 선호 직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렇듯 조직문화는 조직 정체성과 서로 일관성을 가질 때, 즉 표리상응 할 때 비로소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나아가 조직 정체성, 조직문화에 조직 관행까지 일관된 시그널을 조직 구성원에게 지속해서 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MZ세대가 머물고 싶어 하는 진짜 조직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그렇기에 기업은 조직이 어디를 향해 가고자 하는지 그 방향성을 분명하게 설정하고, 이를 자기만의 경험적 관행과 시스템으로 일관되게 실체화할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전민석. (2023). 한국외국어대학교. Global Business & Technology전공


조성태. (2023). 한국외국어대학교. 말레이.인도네시아어통번역학과


최보경. (2023). 한국외국어대학교. Global Business & Technology전공


최진남, 성선영. (2021). 스마트 조직행동. 생능.


티피아이 인사이트. (2021.08.20). 수평적 조직문화를 실패하는 기업들 이유는?.


최창현. (2022.05.14)포스코 “자유로운 ‘소통문화’ 만든다”. 일요신문.


김재홍. (2022.07.01). “포스코 조직문화가 근본 원인”… 인사위원회 앞두고 커지는 최정우 퇴진 여론. 뉴데일리경제.


더플랩. (2022.08.03). MZ 세대, 10명 중 3명은 1년 안에 회사 떠난다. 사람인 HR매거진.


누틸드. (2021.12.30).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채용브랜드: 타깃 그룹만 공략하는 전략적인 채용 브랜딩. 브런치스토리.


강민정. (2021.07.20). MZ세대가 머물고 싶은 조직문화. 제일매거진.


고용노동부. (2022.03.18). “MZ 하라!” 특별한 회사의 특별한 제도. 월간내일.


이고운. (2022.06.26). 美 파타고니아·라이브네이션 "낙태권 폐기 반대 시위 직원에 보석금 준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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