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ss Nov 04. 2021

‘창업’보다 ‘협업’∙‘장(長)업’ | 도시재생 마인드

도시재생사업에서 청년들의 참여는 주로 ‘창업’과 연결된다. 물론 홍보를 위한 주체로 활용하기도 하나 지역 쇄신과 혁신이라는 비전은 주로 청년들에게 새로운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여 활동하는 것에서 찾으려 한다. 이에 따라 공간 리모델링비 지원, 창업교육 프로그램, 행사와 홍보지원 등이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창업 후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교육과 실습, 선진지 답사를 통해 준비되어도 현실적으로 살벌한 '장사'라는 영역에서는 많은 변수가 있으며 대응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후퇴도 못하는 전쟁의 연속을 경험한다.


또한 공공지원으로 창업 후에는 알아서 생존하고 책임져야 하는 분위기로 바뀌게 된다. 이미 사업의 지표로서 창업가게 ‘숫자’를 충족하였고, 만약 살아남지 못한다면 이는 창업자들의 역량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이다. 해줄 것은 다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청년'이 붙는 창업 가게들은 도시재생사업의 홍보대상으로만 활용될 뿐 다시 새로운 빈 점포 또는 좀비 가게로 되어간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창업’ 자체에만 집중한 사업 과정에 있다. 몇 개의 창업 및 일자리 등 정량지표로만 창업을 지향하는 것에 원인이 크다. 이보다는 사업(창업) 이후 그들이 과연 '자생'할 수 있는지 초점을 맞춰 역량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창’ 업보다는 운영이 지속할 수 있는 ‘장’ 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창업 전에는 자신의 아이템이 최고이며 경쟁력 있어 보이는 착시효과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청년 창업자들이 자신의 아이템에만 현혹되어 성공할 거라고 맹신하도록 하면 안 된다. 창업 전후에 나타나는 현상과 문제점들을 냉철히 바라보지 못하게 되며 대응이 늦거나 쓸데없는 재투자로 더 큰 손실을 초래하게 만든다.


또한 장사를 위한 기본 조건들을 충족시키는가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생각해야 한다. 청년창업은 임대료나 건물주 동의 등 이해관계에 따라 '목이 좋지 않은 곳'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열악한 조건에서도 신박한 아이템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으로는 창업을 진행시켜서는 안 된다. 경쟁력이 있는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간혹 이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듬뿍 주어 창업을 부추기는 '외부자'로서 연구원과 교수들이 있다. 이들은 결코 창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며 모든 리스크를 알지도 못하며 때로는 숨기기도 한다. 장미벷 미래만 보여준다. 이들에게는 그저 창업자들은 테스트 대상일 뿐  결과의 모든 책임은 창업자에가 져야 한다. 결국 창업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펀딩을 통해 운영자금을 모아 재기를 노리고 또 그렇게 하라고 부추기지만 더 큰 빚이 되어 돌아오며,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에 힘들어하여 하나씩 그 자리를 떠나게 되거나 소수 창업자들은 자신의 창업 스토리로 강의하며 연명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그 창업한 사업장에 가 보면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아닌며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닌데 아르바이트에게 맡기고 자신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창업하라고 외친다. 또 이것을 보고 준비되지 않은 예비 창업자들은 용기를 얻어 성공의 꿈을 꾸며 창업한다. 무서운 연쇄 현상이며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청년창업은 무서운 장사의 시작이고 전쟁의 서막을 여는 행위이다. 따라서 ‘시작’ 보다 ‘지속’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업의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과정이 도시재생사업에서 필요하다. '대표님'이라는 명함에 취한 ‘혼자 잘난’ 창업이 아니라 협력하여 서로 으쌰으쌰 할 수 있는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특히, ‘품앗이’ 가 필요하다. 홍보, 아이템 개발, 인테리어, 재료 공급 등을 모두 업체에 맡기는 것이 아닌 품앗이를 통해 최소 비용으로 자체적으로 해결하면서 변화와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일정 운영수익에 대한 재투자를 통해 공동관리와 기획을 통해 이벤트와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런 것들이 사람들을 엮고 묶어야 가능한 것이므로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묶고 엮는’ 과정과 '기회 만들기'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행정이나 중간지원조직에서 강하게 챙겨야 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대표님 소리 듣는 ‘창업’ 자체에만 도취되지 않는다면 ‘협업’이 가능한 조직, 사업과 운영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며 여기서 '장업'의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

이전 07화 '진국'인 청년은 나타나지 않는다 | 도시재생 마인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