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주도' 하지 말자 | 도시재생 마인드
도시재생사업은 톱니바퀴 같은 ‘파트너십’으로 진행되어야 실행성이 담보된다. 행정, 중간지원조직, 총괄코디네이터, 컨설팅회사, 주민, 상인, 청년, 예술인 등 참여자들은 각각의 역할을 명확히 인지해야 하며 복잡한 지역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함께 실행’해 가야 한다. 다양한 관심사들이 융합적으로 논의되고 실행되는 과정이니 만큼 다양한 분야와 역할의 사람들이 개입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열려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파트너십이 깨지기 시작하는 지점이 각자의 권한과 역할에 대해 간섭하거나 월권행위를 하게 되었을 때이다. 잘되는 회사 또는 조직들에서는 구성원들의 성향과 권한, 능력들이 명확히 달라 상보적 시너지가 밑바탕이 되는 것과 같이, 도시재생사업도 다양성의 존중과 합이 기반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행정 측 사람들이 도시재생 사업의 활성화계획 수립이나 사업실행에서 자신들의 전공 또는 경력 백그라운드를 드러내며 ‘권한’을 완력으로 행사하며 직접 개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이 땅보다는 저곳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거나 특정 용도들이 들어와야 한다는 등의 행정상 이유가 아닌 자신만의 주관적 관점을 계획에서 강하게 투영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계획가, 자문가라고 착각하기도 하며 이것이 일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재생사업은 제대로 진행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행정 측에서 이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표명하는 즉시 주민들과 ‘용역사’는 '갑'의 의견으로 받아들여 이를 비중을 두어 따르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는 중소도시와 같은, 아직도 행정 중심으로 오랜 거래처로서 용역사들이 진행하는 사업들이 주를 이루는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이럴 경우 전문가의 의견은 당연히 무시된다. ‘당신들은 지역을 잘 모른다’라는 논리로 얻어맞기도 한다.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로 전문가를 살포시 무시한다. 결국, 힘 있는 주민대표들은 그런 행정의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 기밀한 물밑 작업들을 마다하지 않는다. 소위 ‘튓통수’ 치는 격으로 사적인 루트로 의견들을 전달하여 관철하려고 하기도 한다. 결국 ‘꿍꿍이’가 난무하는 난잡한 판이 전개되고 파트너십은 박살이 난다. 더러운 정치가 시작되는 것이다. 협의체 회의는 요식행위가 되거나 싸움판이 되어 사업은 산으로 간다. 올바른 마음을 갖고 참여한 선의의 사람들은 떠나고 남은 사람들이 행정을 등에 업고 사업을 진행한다. 그렇게 도시재생사업에서 소중한 시간과 돈, 사람들은 흩어져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행정의 월권에서 시작한 나비효과는 막대하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