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사업은 주민참여형 지역사업이다. 지역에 공공재원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로만 아닌 참여자로 주민을 개입시키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당연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깊이 있는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사업비를 지역에 유치하기 전, 무엇을 만들기 이전에 강하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선, 주민이 지역 현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에 사심 가득한 주민과 대표가 참여하여 장난칠 수도 있다. 주민들이 참여하여 사업에 관심을 갖고 운영해야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것도 다른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참여하는 주민들도 자신들의 삶이 있다. 지역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여 무엇을 제공하는 역할에 대해 많은 주저함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은 공공과 행정에서 일방향으로 제공하고 자신들은 혜택을 받아 이용하는 역할에만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참여시켜야’ 하는 당위성은 주민들 스스로 사업을 ’ 실행‘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 운영,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는 변하지 않는 도시재생사업의 원칙이며 이를 지역에 유치하였다면 이를 이행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약속을 한 것이어야 한다. 물론 그 약속이 돈만 유치하기 위한 가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멸 지역에 대한 경각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영혼(진정성) 있는 우려가 있다면 본 사업이 마중물 사업이라는 점을 절실히 인지해야 한다. 즉, 실행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시행착오 과정에서 지역의 비전과 길을 찾아야 한다. 때문에 핵심은 ‘올바른’ 생각과 의지, 열정을 가진 주민들을 ‘실행’에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고 누구든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도시재생 현장에서 이런 사람들을 모으기도, 잡아두기도, 사업에 참여시키기도 매우 어렵다. 이 사람들은 그 지역의 소위 토착세력 또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사업대상 지역 범위 안에만 있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분명 이러한 사람들을 발굴하고 사업에 실행자로 참여시켜야 하는 것은 사업, 나아가 지역의 미래를 위해 당연하다.
그러나 경험상 이러한 의지 있는 사람들을 사업에 참여시켰다고 하여도 결말은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힘을 행사하는' 토착세력들에게 받는 견제에 힘들어했다. 무엇을 하더라도 참견을 받아야 했으며 토착세력에 거스르지 않아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소모적인 협의와 재검토의 연속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결국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많은 과정과 시간, 절차로 인한 감정과 시간 소모를 견디기에 그들에게도 가족과 삶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삶을 투자하고 희생하여 실행할 사람들이 눈치를 보아야 하는 상황에서 완장을 찬 지역 토착 세력들과 갑을관계- 일은 너네가 하되 우리(토착세력)의 재가를 받아야 하며 혜택은 우리가 대부분을 누려야 하는 아주 빌어먹을 관계-속에서 실행자들은 등을 돌리고 떠나가는 경우를 많이 봐의
결국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행정은 무엇을 해야 할까(했을까).
실행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각 단계에서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타이밍'을 명확히 잡아주고 참여과정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명쾌하게 약속하여 그것을 이행해야 한다. 토착세력이 그동안 하지 못하여 지역의 쇠퇴를 막지 못했던 것을 상기하면서 실행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참여하면 기회를 줄 것이라는 모호한 감언이설은 하지 말아야 한다. 또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행정의 안일한 생각은 실행자들에게 저지르는 범죄라고 생각해야 한다. 사업이 어그러지고 난 후 관습적으로 이야기(생각)하는, '최선을 다했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식의 최후 변론은 범죄를 변호하여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천박한 행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행정은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가는 동안에도 꾸준히 월급을 받았겠지만, 결국 버려진 실행자들의 삶은 누구도 보상해 주지 않는 희생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발 지역 토착세력들의 민원에 갈대처럼 흔들리지 말자. 실행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타이밍'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역량이 뛰어난 실행자들 순서로 미련 없이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행자들이 떠난 도시재생사업은 그저 포장된 그들만의 숙원사업일 것이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