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의 국토관리 전략 차원에서 도시재생사업의 ‘광풍’은 그 바람직한 의도와 상관없이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비를 ‘따오는’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목적이 확실하므로 도시재생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 제안서들이 전국에서 적극적으로 수립되고 있다. 일 년에 하나 정도 활성화계획을 수립하던 지자체들이 몇 달 사이에 3개 구역 이상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 모두들 ‘우리 동네가 가장 열악(쇠퇴)하다’고 광고 중이며 이를 여러 자료로 증명하고 있는 모순된 상황들이 전개된다.
반면, 다른 지자체와 경쟁해야 하므로 지역에 어떤 가능성 있는지 또한 증명의 대상이기도 하다. 즉, 마중물 사업비만 준다면, 물이 쭉 쭉 나오듯이 기존 지역자원(resource)과 함께 지역재생의 활로가 뚫린다고 어필한다. 이럴 경우 지역에 경쟁력 있는 사람들, 단체들의 활동들을 주로 그 증거로서 보여준다. 우리 지역에 기회를 준다면 이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더욱 활발히 만들고 지역 경제, 커뮤니티가 일어날 수 있도록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확대, 지원하겠다는 시나리오를 계획으로서 제안한다. 현장심사와 관문심사 등의 선정과정에서 다각적인 인적, 물적, 문화 자원들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사업비가 확보된 이후에는 앞서 작성한 ‘아름다운’ 시나리오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주민과 행정의 태도 변화가 큰 원인이 된다. 다시 말해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협조 또는 관망했던 주민들의 태도가 강력한 ‘권리’ 주장으로 바뀌게 된다. 행정은 기존 총괄 코디네이터나 전문가의 의견들을 내세워 이것이 바람직한 방향임을 강조하다가 선정 이후에는 사업을 ‘주도’ 하기 위해 아주 자연스럽게 그들을 소외시키기도 한다(알게 모르게...). 법정계획으로 승인되면 이제는 전문가 의견이 다소 귀찮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보여준다.
더구나 그동안 관망하였던 힘 있는 지역 조직과 단체들이 강력하게 의견을 주장하고, 사업유치와 이기적인 사업변경에 힘쓰면서 의지와 열정을 갖고 자신의 시간과 땀을 투입했던 사람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전개된다. 사업을 ‘따올’ 때에는 ‘적극 지원하겠다’, ‘힘을 실어주겠다’ 등의 구두 약속을 하던 태도가 선정 후에는 ‘싫으면 나가라’, ‘네가 해쳐 먹으려고 그런 거 아니냐’ 등의 막말을 내뱉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아니, ‘숨기고 감추고 왔던’ 것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지역을 위해 뭔가를 하였거나 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사람들은 '이용'당한 상황이 된다. 행정은 더욱 중심을 잡아야 하고 각 조직의 대표들은 의리를 지켜야 한다. 눈앞의 이익과 수혜를 위해 사람들을 이용한다면 그 지역은 소멸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는 지역재생의 기회에서 그나마 있던 괜찮은 사람들을 내쫓는다면, 아무리 주차장이 들어선들 보행로를 새로 꾸민다고 해도 지역은 결국 서서히 소멸할 것이다. 당장 사는 동안 주차를 조금 더 편하게 할 것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 쇠퇴는 지속될 것이다. 물론 부족하니 다시 지원금을 달라고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피가 목마른 ‘좀비 사업’이 될 것이다.
정말로, 진심으로 자신이 사는 지역의 ‘다시 살아남-재생’을 원한다면 절대로 사람을 이용하지 말자. 존중, 리스펙을 바라지는 않아도 최소한의 의리는 행정에서 지켜 주었으면 한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