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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ss Oct 26. 2021

실행인을 '간' 보지 말자 | 도시재생 마인드

도시재생사업 선정 이후 ‘본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시작한다. 단, 참여했다고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세부사업 중 마중물 사업’을 통해 그 능력과 의지를 증명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도시재생사업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차별을 두지 않고 모두 함께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하면서 이를 반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선정 후 4년에서 5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므로 ‘사업’ 성과를 수반해야 한다. 엄연한 ‘사업’으로서 그렇게 체계와 모든 것들이 맞추어져 있다. 실행을 통해 마중물 사업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에 동참할 구성원들의 의지와 태도, 그리고 역량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심을 가졌는지, 지원금과 보조금에만 목을 매는지, 함께 만드는 자세를 가졌는지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소중한 세금이 개인과 조직에 ‘투자’ 될 자격이 있는지 감별과 증명이 필요한 것이다.


소위 '실행자(관여자, 참견자가 아닌)'들의 이러한 자격과 함께 행정에서 필요한 태도는, 실행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간’을 보지 않는 것이다. 즉, 감별은 하되 작은 (사회 실험) 프로젝트를 실행을 통해 증명한 주체들에게는 절대 '재는' 행위를 지속해서는 안된다. 최소 기준을 적용한 감별을 통해 정말 이기적이고 사심 가득한 사람들을 걸러내야 하며 실행에 적극적인 사람에 대해서는 권한과 신뢰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행정 측에서 잘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어렵다고 한다. 예외도 있으나 대체로 행정은 민원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인 듯하며 총대 매는 것보다 중립적이거나 네거티브적인 결정 태도를 견지한다. 되는 것보다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재단하고 민원을 야기하지 않는 방향을 선호한다. 이것저것 따져야 하는 조직과 업무 성격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결국 실행자들의 난점과 약점을 부각하여 '간'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예를 들어, ‘저 사람은 조직의 주축이 되어 만들어 내는 능력은 커서 좋지만... 너무 강한 성격 때문에....’라는 생각으로 도시재생사업에 적극 참여시킬 것인가를 ‘간’ 보게 된다. 물론 사업 선정 이전에는 가릴 것 없이 그들에게 의탁한다. 선정 이후에 노골적으로 간을 보게 된다. 행정 입장에서는 '말 잘 듣고 무난한 성격'의 사람들을 선호하게 되며, 아주 무난하게 사업을 진행하길 바란다.


강력한 실행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간 보기’는 사업실행 과정에서 '통할 것', '될 것'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 안 되는 이유만을 설명하는 회의의 연속을 통해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이것에 지쳐서 강력한 실행자들은 떠나게 된다. 남은 사람들의 전체 실행력은 낮아지고 행정에서 다루기 쉬운 사람과 사업들만 남게 된다. 그런데 도시재생사업은 위에서 언급했듯 4-5년의 기한을 갖는 사업이다. 현장에서 소위 ‘빡세게’ 뭔가를 만들지 않는다면 성과를 낼 수 없다. 그렇기에 강력한 실행자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데, 회의만 하고 선례를 벤치마킹만 해야 하며 운영은 다른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생각만으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사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민이 참여하는 것에만 안주하는 사업은 주인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멸하는 지역에서 운영과 관리는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따라서 강력한 실행력을 가진 지역의 주민, 청년, 상인, 예술가들을 '간' 보지 말고 힘을 실어주되 팀이 되어 ‘함께’ 실행할 판을 깔아주는 노력이 부단히 필요하다. 현장은 결코 아름답지 않으며 그야말로 ‘전쟁터’이다. 그렇게 생각 해야 한다.


뭔가를 만들고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 도시재생 ‘특공대’에게는 이것저것 따지고 눈치 보지 말고 신뢰와 지원을 아끼지 말자.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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