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오래된 유착 메커니즘 끊기 | 도시재생 마인드
쇠퇴한 지역에는 쇠퇴한 세력(현실과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조직)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물론 무엇인가를 노력하는 사람과 조직도 존재하나 대체로 뚜렷한 해결책 내지 못하거나 엉뚱한 곳에 힘을 쏟는 '실행력을 상실한' 조직 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직들은 오래된 시간 존재한 만큼 지역에 강력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중소도시로 갈수록 더욱 그렇다. 쇠퇴하는 지역에 많은 사람들은 떠나갔고 오랫동안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행정, 주민, 상인, 사업체 등과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끈끈한 관계를 가진다. 이런 조직들은 그 지역에만 통하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되며 그 힘에 치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 외부인들은 이들을 ‘토착세력’이라고 종종 부른다.
물론 이 조직들의 강점은 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끈끈함과 인맥을 활용하여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문제는 이를 잘못 활용한다면 도시재생사업에서 수많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곳 사업은 우리가 주도한다(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으니)’라는 생각으로 참여한 사업은 토착세력들의 숙원사업 구현 성토대회가 된다. 보이지 않는 인맥을 활용하여 완력을 사용하여 공식적인 협의 자리가 아닌 '뒤'에서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X판이 된다. 결국 사업은 ‘나눠먹기’ 식으로 변질되고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이 무색한, 효과 없는 소모성의 마중물로 끝!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좀비사업’,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사업’이 된다.
따라서 불가능한 것을 실현하게 하는 실행의 힘이 도시재생 사업에서 '긍정'과 '포용'으로 연결되지 않을 때, 반드시 지역의 오래된 유착 메커니즘에 끌려가지 않도록 행정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물론 이것이 작은 도시로 갈수록 매우 어려운 점임을 목격했다. 많은 난관과 헐뜯음, 풍문, 정치적 완력 행사 등이 난무하였다. 민원에 민감한 행정에서 이를 이겨내기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유착하여 진행되었던 수많은 공공사업이 과연 지역을 살리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냉정히 성찰해보자. 지역의 토착세력에 뿌려지는 수많은 축제 및 행사 지원금과 보조금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과연 지역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되짚어보자. 그저 관행적으로 지원받고 있는 건 아닌지, 알뜰하게 잘 사용되고 있는지, 용역만을 부리면서 사용하고 있는지, 수익은 다시 지역에 환원되고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그저 정치에서 ‘표’를 관리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지도 솔직히 따져봐야 한다.
쇠퇴하는 지역에 지역혁신을 위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고 인재들을 다시 유치하고 싶다면 '완장'을 찬 사람들과 맺은 오래된 유착관계에 대해 도시재생사업에서 만큼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자. 유착관계가 긍정의 시너지가 되지 못하고 텃세와 완력 행사의 근원이 되어 부정과 비판적 분위기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착'과 '토착'의 힘은 지역 쇄신과 활성화의 강력한 무기가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나마 있던 실행자들을 내 쫒는 양날의 검이 될것이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