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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 Nov 12. 2019

나무 명상을 했습니다

11월 둘째 주 명상 기록

11월 2일 토요일 오후 3시


 요가원에서 워크숍을 갔다. 운서역 근처에 있는 세계평화의 숲을 산책했다. 공원에는 곳곳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나무가 둘러싸여 있는 넓은 공터에 도착하자, 강사님이 '나무 명상'을 이끌어 주셨다.


 

내 나무 어디 있게?



"느낌이 가장 편안하거나 끌리는 나무를 선택해서, 나무 전체를 볼 수 있는 거리에서 나무를 바라보세요. 나무의 뿌리가 다리이고, 몸통이 몸이고, 가지가 팔이고, 잎사귀가 머리라고 생각하세요. 나무와 나를 일치시켜보세요. 그다음 눈을 감고, 나무에게 내가 다가가도 되겠니?라고 물어보면서, 교류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달해봐요. 나무가 알겠다고 하면 나를 당겨줄래?라고 물어봐요. 그러면 나무가 조금씩 당길 거예요.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가 봐요. 나무하고 1m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면, 나의 아우라와 나무의 아우라가 부딪힐 거예요. 아우라가 섞이면서, 나무가 자신의 아우라 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살살 끌어당길 거예요. 그렇게 나무가 허락해주면, 천천히 손으로 나무를 만지거나 안아보세요."


 이때 사람마다 느껴지는 감정이 다 다르다고 한다. 나무와 소통하고 교류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상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는 사람과 사람만 소통이 가능하다. 누구는 동물들과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식물 하고는 못할 거 없지 않을까. 사람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나무가 들이마시고, 산소를 보내주고 사람은 그 산호를 들이마시고 있다. 이미 우리는 나무와 물리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 섬세함과 해석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서적: 권수련 저, 알아차림 명상)


 10명 정도 되는 요가원 동기들이 각자 자기가 맘에 드는 나무를 골랐다. 나는 키가 크고, 여름옷에서 가을 옷을 갈아입고 있는 중인 나무를 골랐다. 뭔가 듬직해 보였다.

 나는 둔한가 보다. 멀리서 나무를 바라보면서 나무에게 다가가도 되겠냐고 물어보니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허락도 못 받고 슬그머니 몰래 다가갔다. 그렇다고 나무의 아우라가 나를 튕겨내지도 않았다.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나무와 손을 마주하고 가만히 서 있을 때, 내 다리가 나무뿌리처럼 단단히 땅 속이 파묻힌 기분이었다. 내 손에서 뛰는 맥박이 나무에게 퍼져나갔다. 나무가 특별히 내게 뭔가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란히 서 있으니까 마음이 잔잔해졌다.


 동기 중 한 명은 나무가 흔들리면 그 흔들림이 온전히 자신에게 전해졌고,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마음은 편안했다고 했다. 또 다른 한 명은 눈물을 흘렸다. 독박 육아를 하는 분인데, 일상에서 강한 파동의 자극을 끊임없이 받다가 나무가 전하는 은은하고 차분한 파동에 마음이 이완이 돼서 눈물이 흐른 것 같다고 했다.


 강사님이 말씀하셨는데, 어떤 수련자 중에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나무랑 이렇게 매일 교류하다가 친해졌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그 나무가 아파트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수련자에게 말해줬다고 한다. 나도 한번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나무 붙잡고 있어 볼까. 하하.


 나무가 사람들에게 휴식과 위로를 전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랑 꽁냥꽁냥 한 나무



  

11월 3일 일요일 오후 1시 30분~2시


 사바사나 상태에서 호흡만 느꼈다. 긴장과 생각으로 차 있을 때 머리 쪽이 뜨거웠다.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면 정수리에서 전기 같은 것이 목에서 팔뚝으로 쭈르륵 내려와 손끝까지 전해졌다. 몸통에 흐르는 전율은 느낄 수 없었고, 허벅지에서 다시 느껴졌다. 발에 가장 나중에 미쳤고, 몸통 다음으로 전율이 약했다.




11월 4일 월요일 오전 8시 30분~ 9시


 잡념에 빠져있으면 눈동자가 위에 올라가 있고, 눈 아래 근육이 위쪽으로 당겨지고, 이마에도 힘이 꽉 들어갔다.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는 순간, 안면근육에 팽팽하게 자리 잡고 있던 긴장감이 사라졌다. 물론 잡념도 사라졌다.




11월 5일 화요일 오전 8시 30분


 명상이 안된다. 계속 딴생각이 나서 그냥 안 했다.




11월 6일 수요일 오전 8시 30분~8시 50분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고 싶은데 안된다.




11월 7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8시 50분


 조금씩 잡념을 덜어 내다 보면 언젠가 텅 비겠지?




11월 8일 금요일 오전 7시 30분~7시 50분


 잡념 속에 내가 파묻혀 있는 거 같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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