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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 Dec 08. 2019

한 밤에 비워질 감정

12월 첫째 주 명상 기록

12월 2일 오후 11시~11시 30분


 나와 다른 사고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바꾸려는 마음이 사라졌다.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특정 이슈에 관해서 내 의견을 상대방에게 쏟아부으며 관철시켜려고 애썼다. 오늘은 나와 다른 의견에 다소 놀랐지만, "그래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여기까지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계속 고민을 했다. 내가 어떤 반응과 행동을 하는 게 옳은 것인가. 정확한 답은 모르겠지만, 그때의 내 선택이 나쁘지 않았던 듯하다.




12월 3일 오후 2시~ 2시 20분


 호흡만 바라봤다. 떠오르는 잡념을 내쉬는 숨에 날려 보냈다.




12월 4일 오후 11시~11시 20분


 어제저녁은 내 인생 최악인 경험을 한 것만 같았다. 화장실에 아빠를 세우고 바지를 내리는 순간, 아빠 뒷모습에서 떨어지는 것들을 봐야 했다. 물론 치워야 했다. 어이도 없고 속상하고 화가 났다. 양말을 버리고, 신발은 닦고, 아빠를 씻기면서 온 몸과 마음에서 땀이 흘렀다. 아빠도 어쩔 수 없었다는 거 알지만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다음 주부터 다시는 아빠 보러 안 올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신기하게도 오늘이 되니 어제의 부정적인 감정이 깡그리 사그라들었다. 엄마에게 사건을 말하는데, 어제 느꼈던 고통이 하나도 없었다. 겨우 한밤에 결국 사라지고 말 고통이었다. 사건이 일어날 시점에도 오늘과 같은 마음이면 어떨까. 


 아빠한테 안아 달라고 했다. 이번엔 눈물이 흘렀다. 아빠가 왼손으로 내 등을 토닥여줬다. 아빠가 안쓰러웠다. 미안하고 사랑하고 고맙고 그러했다. 아빠에게 다음에는 꼭 미리 말해달라고 했다. 아빠가 힘을 더 줘서 토닥거렸다. 




12월 5일 15분


 호흡의 속도를 바라보며 명상을 했다. 호흡은 안 들어오고 다리가 아픈 것만 의식하게 되었다.




12월 6일 오후 11시 ~ 11시 30분


 오랜만에 수식관 명상을 했다. 궁금했다. 처음 명상 시작했을 때와 지금이 얼마나 다른지. 맨 처음엔 숫자 세는 것도 못했다. 강사님께 숫자 세는 거 신경 쓰다가 명상이 안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20번을 했다. 신기하다. 이렇게 내가 호흡을 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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