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윤 Jan 10. 2020

요가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1월 둘째 주 명상 기록


1월 6일 월요일 20분

 

 오늘 총 3곳의 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첫 번째는 지난주에 대강했던 인천에 있는 센터이다. 화, 목 8시 수업 가능하냐고 물어봤다. 집이 멀어서 생각해 본다고 했다. 두 번째는 일요일에 서류 넣었던 곳인데, 집에서 차 끌고 15분 정도 거리다. 화, 목 7시 20분 수업이다. 4시에 면접 보러 갔는데, 사장님이 아직 도착을 안 했고, 통화를 하게 되었다. "내가 차가 막혀서 30분 정도 기다려야 할거 같아. 그런데 면접 안 봐도 될 거 같은데." 미안해서 하신 소리인가 모르겠지만, 하튼 와서 몇 마디 나누더니 바로 다음 주부터 출근하라고 하셨다.


 세 번째는 화, 목 8시와 9시 연강 수업. 게다가 집에서 5분 거리. 내가 다니고 있는 헬스장이다. 서류 넣기 전에 친구에게 "나 여기 지원하면 될까?"라고 물어봤었다. 친구는 무조건 넣으라고 네가 운동을 거기서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당연히 합격이라고 했다. 그런데 메일을 오전 11시에 확인했는데, 점심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서 떨어졌나 하고 약간 실망하고 있었다. 안되면 내가 부족한 거니까 언젠간 기회가 오겠다고 생각하며, 마음 잡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화가 왔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두 번째 센터 면접 끝나고 바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지점장님이 이렇게 보니까 또 새롭다고 했다. 내가 헬스장 오래 다녔고 전에 피티 받는 것도 봤고 운동도 잘해서, 오늘 면접 3명 봤는데 나를 뽑으려 했다고 하셨다. 웃음이 절로 났다. 내일부터 바로 수업하라며, 수업 진행 방식과 급여에 대해 이어서 설명하셨다. 이렇게 처음 고정 센터가 생겼다.


 고요하게 마음을 가라 앉히고 싶은데, 신나서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1월 7일 화요일 20분


 아침 10시에 요리 수업이 있었다. 그런데 점심이 지나고 나서야 요리 수업이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불렛 저널 소용이 없다. 수업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긴 했는데, 과연 요가 수업 준비에만 정신이 팔렸던 것인가. 한번 고정 잡히니까 다른 시간에도 수업을 잡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듯하다.


 들뜬 마음, 균형을 잃은 생각, 현재 내 몸 상태를 놓친 채 아쉬탕가를 수련했다. 바로 몸에서 균열된 마음 상태가 나타났다. 끝나고 왼쪽 다리 셋째 종아리근이 찌릿했다. 다행히도 저녁에 수업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몸을 계속 써야 하는 요가 강사인데, 더욱 조심히 몸을 사용해야겠다고 느꼈다. 몸이 말해줬다. 너 지금 가라 앉혀야 한다고,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고.


 대표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너무 애쓰지 말고 해. 조건이 맞으면 다 될 거야."  




1월 8일 수요일 20분


  저녁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 씻고 자려는데 눈이 감기질 않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수업 때 찬드라 나마 스카라 중간에 빼먹고 한 게 생각나고, 그거 한번 빼먹으니까 혼자 당황해서 말 꼬인 게 생각났다. 다시 정신 차리고 수업을 잘 마무리 하긴 했고, 센터에서 다음 주 월수금 저녁 수업해달라고 했지만, 김포라 멀어서 고민하다가 월, 수만 일단 하겠다고 했다.


 고정 수업을 더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 수업한 센터도 그렇고, 매트 필라테스와 플라잉을 다 할 줄 알아야 연강 수업이 가능한 센터가 많다. 뭐부터 배워야 하지. 플라잉은 배우기 싫은데, 지금 매트 요가 수업도 잘하지 못하는데. 고정은 더 하고 싶고. 욕심인가. 난 지금 내가 아힘사에서 배운 것들을 잘 숙지하지 못한 것 같은데. 어떤 방향으로 공부하고,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 나가야 할까. 뭐가 우선일까. 머릿속에 이런저런 잡념들로 가득 차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오늘 아빠 보러 병원 가기로 했는데, 깜빡했다. 아빠가 기다렸다고 한다. 에휴. 도대체 이번 주에 몇 개나 깜빡한 거야.


 잠이 안 와서, 요가 소년의 요가 니드라를 틀었다. 거의 바로 잠든 듯하다.




1월 9일 목요일 20분


 오늘 요가원에서 대표님하고 명상을 했다. "한순간에 하나만 몰두하면 잡념이 자라 진다." 언제나 하시는 말씀인데 그게 잘 안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명상이 끝나고 나니 뿌옇던 내 머릿속이 맑아졌다. 이건 좀 망상 같은데, 명상하는 동안 어디선가 미세한 바람이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바람이 내 머릿속에 쌓인 먼지를 다 쓸고 갔나 보다. 신기하게도 두통이 사라졌다. 내가 몸과 마음이 융합된 존재임을 더 느꼈다.


 결론이 났다. 배운 거 복습하자! 해부학 잘 아니? 아니다. 수업을 하다 보니 회원의 몸에 대해서 잘 알아야겠다 싶었다. 해부학 공부를 더 해야겠다. 지금까지 배운 아사나 다 하니? 아니다. 아사나를 더 잘 익히고, 아사나 배운 거 잘 조합해서 수업해야겠다. 또한, 더 많은 동작을 하기 위해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야겠다.


 아. 오늘 한 선생님이 한 동작 3분 넘게 유지하면 몸이 확 바뀐다고 하셨는데, 해봐야겠다. 중력에 내 몸을 다 맡긴 채 오랫동안 머물러 봐야 봐야겠다.  




1월 10일 금요일 30분


 요가원에서 분노 명상을 했다. 승연 샘이 "먼 과거의 일이나 최근에 분노, 짜증의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지 생각해봐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그 과정에서 그때 느낀 감정이 지금도 영향을 끼치는지,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해보세요."


 명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내가 무엇을 떠올리는지도 모르는데, 미간에 저절로 힘이 갔다. 나중에는 상황들이 떠오르면서, 온몸에 열이 오르고, 부들부들 떨렸다. 식은땀이 나고, 손발에 땀이 엄청났다. 눈물도 흐르고 콧물도 흘렀다.


 얼마 전에 엄마한테 수업을 많이 하게 돼서 기쁘다고 하니까. 엄마가 김포까지 가서 수업해야 하냐고 했다. 나는 그냥 엄마한테 잘한다. 수고한다 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엄마의 반응은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막는 거라고 여겼다. 그리고 예전에 내가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못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속상하고 화났지만, 그때는 어리고 돈도 없고 뭐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 부모님의 요구대로 했었다.


 그때의 분노의 감정이 생생하게 떠오르자, 몸이 저렇게 반응했다. 신기했다.


 집에 와서 엄마랑 이야기를 했다. 엄마가 너무 돈 벌려고 하지 말라고. 적당히 힘 빼고 하라고 하셨다. 엄마는 내가 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내가 지칠까 봐 걱정하고, 속도를 낮추라고 하는 것이었다.

 

 네가 내 분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분노를 만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생을 부처님 모시듯 모셔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