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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돌려줘요.

by choijak

그날의 사건현장을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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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을 걷는다.

폰카+앞발의 조합으로 흩날린 종이조각 같이 찍혔지만, 꽃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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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곁, 민들레도 피었다.

비루한 앞발로 꽃잎을 찍어보려고 쪼그리고 앉았더니 얘가 보였다. 무심히 꽃길만 밟있더라면 몰랐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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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했던 벚꽃은 이제 슬슬 져 가고 있는 중이다. 벚꽃이 지는 시절, 하얀 꽃잎이 바람에 우수수 떨어질 때 그 나무 아래 서 있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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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을 밟아 걷다보면 개나리를 만난다. 어린시절 흥얼거리던 동요처럼 노란 꽃그늘이 소복하다.

개나리 꽃그늘 안에 숨어들어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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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길을 따라, 오르고 다시 내리막.

드디어 현장 도착.




며칠 전,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동네 근린공원을 올랐다.

내가 산책하던 호수는 차로 10분 정도 가야하는 거리인데 그날은 영 움직이기가 귀찮았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던 탓에 허리는 뻣뻣했고 차곡차곡 포인트 쌓이듯 살이 오른 몸은 토실토실의 정점을 찍고 있었다. 아직 초저녁인데 거울 안에는 휘영청 달이 떴더라.

그래서 바로 집 뒤의 공원을 찾았다.


오늘처럼 꽃길을 밟고, 개나리 그늘을 스쳐,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었다.

가볍게 한 바퀴 돌고 내려올 참이었다.

가볍게라는 생각은 착각이었을 뿐, 완만하고 소심한 경사로를 오르는데도 숨이 차 올랐고 계단을 밟을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후들거리며 내리막을 내려서니 철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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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주워들은 말로 철봉에 매달리면 허리 스트레칭이 되어 좋다고 했다.

철봉을 보자마자 대차게 매달렸다.


"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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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돌려줘요. 내 척추!

그대로 내 허리는 잠시 외출을 떠나셨다. ‘나가’셨다는 뜻이다.




며칠을 누워 지내다시피 하고 보니 오늘은 조금 움직일만 해졌다.

사건현장을 찾았다. 범인은 사건 현장을 반드시 다시 찾는다고 한다.

내 척추, 돌려줘요. plz...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였다.



별 것 아니었던 것, 그러니 지금도 당연하게 할 수 있을 줄 알고,

그쯤은 가벼운 일인 줄 알고,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


오늘, 나는 감히 철봉에 손을 뻗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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