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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jak Apr 10. 2020

뭐야, 돌려줘요.

그날의 사건현장을 따라가보자.


꽃길을 걷는다.

폰카+앞발의 조합으로 흩날린 종이조각 같이 찍혔지만, 꽃잎이다.


길 곁, 민들레도 피었다. 

비루한 앞발로 꽃잎을 찍어보려고 쪼그리고 앉았더니 얘가 보였다. 무심히 꽃길만 밟있더라면 몰랐을 것.



만개했던 벚꽃은 이제 슬슬 져 가고 있는 중이다. 벚꽃이 지는 시절,  하얀 꽃잎이 바람에 우수수 떨어질 때 그 나무 아래 서 있는 것을 좋아한다.     


꽃길을 밟아 걷다보면 개나리를 만난다. 어린시절 흥얼거리던 동요처럼 노란 꽃그늘이 소복하다.   

개나리 꽃그늘 안에 숨어들어 사진을 찍었다.  



솔숲길을 따라, 오르고 다시 내리막.

드디어 현장 도착.




며칠 전,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동네 근린공원을 올랐다. 

내가 산책하던 호수는 차로 10분 정도 가야하는 거리인데 그날은 영 움직이기가 귀찮았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던 탓에 허리는 뻣뻣했고 차곡차곡 포인트 쌓이듯 살이 오른 몸은 토실토실의 정점을 찍고 있었다. 아직 초저녁인데 거울 안에는 휘영청 달이 떴더라.   

그래서 바로 집 뒤의 공원을 찾았다.


오늘처럼 꽃길을 밟고, 개나리 그늘을 스쳐,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었다.

가볍게 한 바퀴 돌고 내려올 참이었다.

가볍게라는 생각은 착각이었을 뿐, 완만하고 소심한 경사로를 오르는데도 숨이 차 올랐고 계단을 밟을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후들거리며 내리막을 내려서니 철봉이 보인다.



누군가에게 주워들은 말로 철봉에 매달리면 허리 스트레칭이 되어 좋다고 했다.

철봉을 보자마자 대차게 매달렸다.     


"악! " 



이미지 출처: google. '씨x, 뭐야 내척추 돌려줘요. '로 유명한 짤.


뭐야, 돌려줘요. 내 척추!

그대로 내 허리는 잠시 외출을 떠나셨다. ‘나가’셨다는 뜻이다.     




며칠을 누워 지내다시피 하고 보니 오늘은 조금 움직일만 해졌다.

사건현장을 찾았다. 범인은 사건 현장을 반드시 다시 찾는다고 한다.

내 척추, 돌려줘요. plz...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였다.     



별 것 아니었던 것, 그러니 지금도 당연하게 할 수 있을 줄 알고, 

그쯤은 가벼운 일인 줄 알고,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


오늘, 나는 감히 철봉에 손을 뻗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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