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꾸준히 러닝을 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오전 7시에 30~40분씩 같은 장소에서 뛰고 있다.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가기 때문에 늘 보이는 사람이 있고, 가끔은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도 있다. 조금씩 변하는 풍경 속에 주인공이 아닌 조연 중 한 명으로서 역할을 온전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 행복하다. 나이 때문일까? 자극적이고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 속의 소소한 발견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도 그렇다 할 특별한 사건이 없다. 어떤 이는 사건 없는 이런 지루한 영화를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것은 내 일상에 있다는 것을 담담히 보여주며 내 주변의 것을 돌아보게 만든다.
한편, 옥상달빛의 <히어로>라는 곡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나는 내가 반짝이는 보석보다 그저 바닷가에 동글동글 윤이 나는 반듯한 돌이 된다면 참 좋겠어.”
반짝이는 보석은 주변의 다른 존재들을 희미하게 하면서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하지만 바닷가에 옹기종기 각기 다른 모습으로 모여 있는 돌들은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서로 어우러지며 하나의 이미지로 읽힌다. 보석과 같이 독보적인 주인공으로 사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바닷가의 돌처럼 크게 튀지는 않아도 자세히 보면 윤이 나는 존재로 사는 게 훨씬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
『Pop the Egg!』를 통해 모두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 무심코 관찰했을 때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담고 싶었다. 그 아름다운 타인의 세계를 만나며 즐거운 마음으로 인생 공부를 했다. 나의 마음이나 생각이 잘 표현되지 않아 간질거릴 때, 우연히 만난 글에 공감할 때가 있다. 그게 텍스트의 힘, 예술 작품의 힘이 아닌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러했으면 한다. 당신의 일상을 살다, 우연히 마주한 이 책 속 사람들의 이야기로부터 잔잔한 파동을 느끼기를 바란다.
프롤로그에서도 말했듯, 책 읽기를 하지 않는 시대에 굳이 출판을 하겠다고 호기롭게 나선 시각예술가를 응원해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약 2년간의 프로젝트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후원해 주신 경기문화재단, 성남문화재단과 담당자님들께 감사드린다. 창작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을 얻는 것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알아봐 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이다. 그 힘이 새 작업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 힘을 실어준 부모님과 나의 가족, 창작 동료들과 친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특히, 몸과 마음을 다해 도와준 내 영혼의 단짝 희정 언니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지치지 않는 한, 나와 타인의 목소리를 전하는 일을 지속해서 하고 싶다. 일상의 여유와 위트를 잃지 않으면서.
2024년 여름의 끝에서
최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