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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un 21. 2021

내게 일어난 작은 변화

아씨, 힘들어 죽겠다.

 요새 매일 운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인 스트레칭, 동네 한 바퀴 걷기보다는 좀 더 공격적으로 걷기, 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다행히 아파트 바로 앞에 개천이 있어서, 운동하기에 최적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개천 입구다. 산책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서, 세금을 제대로 썼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아파트 동은 다소 외진 곳에 있어서 아이들이 등교하기에도 불편하고, 마트도 조금 멀어서 불만이었다. 하지만, 막상 운동을 시작하니 최상의 공간이 따로 없었다. 한 마디로 ‘운동 마니아’를 위한 최고의 위치였다. 


 “우리 집, 너무 좋다. 바로 앞에 개천도 있고. 운동하기에는 최고네.” 


 얼마 전 와이프한테 침을 튀겨가면서, 아파트 위치가 너무 좋다고 극찬했다. 그 전에는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해서, 밤이 되면 조금 을씨년스럽다고 말했지만 말이다.  




 날이 덥지만, 땀을 흘리고 싶다. 온몸이 젖도록 걷거나 뛰고 나서, 샤워를 하면 상쾌하기 그지없

다. 내 몸에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시원한 물과 함께 배수구로 씻겨 나간다. 샤워 후 마시는 ‘얼음물’은 그야말로 에너지 드링크다. 

 비록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고, 걷거나 뛰는 구간은 3km ~ 5km 정도이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너무 과하면 피곤하다. 몸을 활기차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나에게 큰 에너지를 준다. 


 숨이 차는 느낌도 좋고(물론 마스크 때문에 더 힘들지만), 지면을 발로 밟는 느낌, 주변에 이름 모를 꽃과 나무도 보기 좋다. 가끔 뱀이 출몰한다는 수풀 지역에 갈 때는 약간 긴장이 되지만 말이다. 반면, 개울가에 있는 애견센터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너무 귀여웠다. 10여 마리의 고양이가 나를 그냥 빤히 쳐다본다. 아, 정말 고양이 키우고 싶다. 


 개천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아침과 저녁에 운동을 한다. 혼자, 연인, 부부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운동을 즐긴다. 




 얼마 전에는 출근 시간 때인 새벽 6시 반에 개울가를 걸었다. 그때 운동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직장인들을 보았다. 출근버스를 기다리면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옛날 나의 모습을 비춰봤다. 약간의 ‘안도감’, ‘불안감’, ‘희열’ 등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걷고, 뛰고, 관찰하면서, 나의 인생이 더 충만해짐을 느낀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결국 ‘답’ 임을 알게 되었다. ‘정’보다는 ‘동’적인 삶이 더 큰 에너지를 선사한다.


 만약 지금 어둡고, 답답한 마음이 들 때는 무조건 주변 공원이나 학교, 개천으로 나가길 권유한다. ‘닥치고 독서’라는 책 제목도 있지만, 그냥 ‘닥치고 걷기 또는 뛰기’를 해보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아니, 오히려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오직 그 순간에만 집중하게 된다.

 적어도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50미터만 뛰어보자. 살살 뛰어도 된다. 숨이 차면서, 온갖 잡념은 사라지고 온전히 나의 몸에 집중하게 된다. 이 순간만 바라보게 된다. 


 이때, 어떤 인생의 심오한 진리를 느끼기보다는 당장 이런 생각이 든다. 


 “아씨, 힘들어 죽겠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면, 살고 싶게 마련이다. 


 개천에서 걷고, 뛰면서 나의 ‘작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 오늘도 에너지 가득한 하루로 만들어 보자.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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