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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ug 20. 2023

《은유법》: 보이지 않는 것을 꿈꾸게 하는 방법 은유법

《안녕, 샌디에이고》, 《브런치 하실래요》 의 복일경 작가님의 첫 장편 소설이다. 제목이 독특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그 ‘은유법’이 맞다. 보통 소설이나 시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서 “도서관은 나에게 사막의 오아시스다.”와 같은 표현이다. 나의 지적 목마름을 해갈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도서관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저자는 삭막한 사회에서 ‘은유법’이 일종의 마법과 같다고 말한다. 주인공 요셉을 통해서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요셉은 책을 좋아하고 꿈을 꾸는 아이다. 이 소년은 ‘빌리지’라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과 다르게 그보다 더 큰 도시인 ‘파빌리온’에 가는 것이 꿈이다. 왜냐하면 빌리지에 사는 주민들은 대부분 너무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고(평범한 것이 꼭 나쁘지는 않지만), 꿈과 희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무료 급식소에 나눠주는 음식을 먹고, 영상이나 게임 등으로 여가 활동을 즐긴다. 물론 가끔 마을에서 진행하는 축제도 있고 주민들이 각기 다른 장기를 뽐낸다.


다만 이 빌리지에 도서관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어둡고 침침하고, 새로운 책들도 변변하지 않다. 오죽하면 도서관 사서인 제시카는 책 대신 컴퓨터 게임을 즐긴다. 그렇다 보니 빌리지 주민들도 책을 즐겨 읽지 않는다.

“학생들은 숙제가 아니면 절대로 책을 읽지 않았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오래된 책이나 읽으며 새로운 음악이나 영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요셉이 오히려 이상한 아이로 여겨졌다.” - p88


요셉은 어느 날 자신이 다니던 오래된 도서관을 벗어나서, 마침내 숲 건너편에 있는 파빌리온의 도서관에 들어섰다. 빌리지 사람이 파빌리온에 가지 못한다는 법은 없지만 소년은 두려운 마음에 밤늦게 몰래 화장실 창문을 통해서 기어들어갔다. 그런데 파빌리온의 도서관은 다른 느낌이었다. 조금 외진 곳에 있던 이 도서관도 역시 작은 편이었지만,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였다. 책의 종류나 수준도 훨씬 높았고, 소년이 읽고 싶은 책이 넘쳤다. 그중에서 그는《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다가 밤 10시가 되면 집으로 다시 돌아가서 잠자는 척을 해야 했다.


소년의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다. 엄마는 책만 보고 연구에만 빠져든 아빠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파빌리온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산다고 말했다.


“너도 알잖니. 집에서도 온종일 책만 보다가 연구실에 가면 일주일 넘게 집에 오지 않았다는 걸. 엄마는 네가 아빠처럼 되는 게 정말 싫어.” - p151


하지만 소년은 빌리지 사람들처럼 “평생 재미와 즐거움만을 좇으며, 그저 편안하게만 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책을 읽고, 사색하고, 공부를 하고 싶어 했다. 그의 아버지가 고고학을 연구한 것과 마찬가지로. 요셉의 소망은 편안한 소파에 앉아 온종일 책을 읽는 것이었다.


파빌리온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서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이었다. 파빌리온 도서관 서기인 바오로 할아버지는 파빌리온 사람들에게 ‘꿈’이 있는 건 도서관 덕분이라고 말했다. 책을 읽은 덕분에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저자는 마지막에서 책의 제목인 ‘은유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렇지, 결국 은유법은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꿈꾸게 하는 방법이란다. 일종의 마법이지.”


첫 소설책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자의 글 솜씨와 스토리텔링이 뛰어남을 알게 되었다. “우수종합 콘텐츠”으로 선정된 것도 이해가 된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꿈을 꿔야 하고, 꿈을 꾸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도서관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북돋는데 도움이 되는 공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나도 나만의 파빌리온 도서관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 동네 도서관이 나에게 그런 공간이다.


이 책의 열린 결말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의 제목을 ‘파빌리온의 도서관’으로 하고, 빌리지의 도서관 서기 제시카와 파빌리온의 도서관 서기 바오로 할아버지, 그리고 요셉의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요셉의 활약으로 빌리지의 도서관이 변화하고, 마을 사람들의 의식도 점차 바뀌어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도 해 본다. 어쩌면 이러한 것이 바로 소설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소설은 확실히 나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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