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회고하며.

불완전했던, 그래서 많이 배웠던 2023년을 떠나보내며.

by 조승우

연말만 되면 시간이란 유한하다는 걸 새삼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가 가져다 줄 설렘을 기다리지만, 동시에 과거가 남기고 간 흔적에도 눈길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에 따라 누구는 사진을 정리하거나, 누구는 친구들과 한데 모여 왜 어제와 일 년 전의 거리가 이렇게도 짧은지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과거에 눈길을 주는 방법은, 흘러간 일 년을 이렇게 짧은 글로나마 회고하는 것입니다.


작년 이때쯤, 저는 매년 그렇듯 신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개중에 몇 개는 계획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운 제 부족함이기도 했고, 몇몇은 저만이 간직하고 싶은 소망이면서도 내심 남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욕심이기도 했습니다. 그 계획들이 달성되는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였더라면 만들어졌을 ‘나’와 2024년을 앞두고 있는 ‘나’의 거리가 얼마큼 떨어져 있을지 가늠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당연시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저는 저 말의 ’진부함’에 나태해지기보다는 저 말이 전달하는 ‘무책임함’을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라면, 도대체 우리는 왜 노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개인이 노력하면 어느 정도 인생은 계획한 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습니다. 만약 노력이 무의미하다면 제 노력의 당위성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저는 노력의 당위성은 스스로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민하고, 실천하려 애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인생은 오로지 내 몫이 아닌 저를 둘러싼 모든 것과 함께 살아야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역시나 올 한 해도 제 뜻대로만은 흐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앞서 언급했던 거리가 길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제야 저는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그걸 인정함으로써 저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들을 맞이하고, 또 그걸 헤쳐나갈 때야만이 제가 인식하는 세상은 더욱 넓어진다는 사실을 늦게나마 배웠기 때문입니다. 삶이란 매 순간 불확실하며 이상적이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만 제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고, 삶이라는 불확실한 바다를 헤엄치는 대견한 저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년에는 지금 보다 더 충만하게 제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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