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살기를 시작으로 삶의 터전이 한국에서 캐나다로 바뀌었는데 이러한 외적변화는 나의 내면의 변화를 예고하는 하나의 준비 과정에 불과했다. 내가 아이들의 유년기를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처럼 삶은 나에게 내면의 변화를 시작할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었다.
그 첫번째 신호는 바로 책이었다.
당시 내가 읽는 책들은 자기계발, 투자, 육아 이 세 분야를 벗어나지 않았다. 다른 분야의 책도 읽어보았지만 금방 흥미를 잃기 일쑤였고 집중하기도 쉽지 않았다.
근데 왜 하필 캐나다로 떠나기 직전 새로운 분야의 책들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까?
나는 이 책들이 얼마나 적절한 시점에 내 삶에 나타났고, 내 삶을 변화시켰는지 때론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나는 캐나다로 떠나기 한달 전 배로 부칠 짐들을 챙기고 있었다. 1년 살기를 떠나면서 모든 책을 가져갈 수 없기에 여러 번 읽어도 좋은 책으로 엄선해야 했다.
아이들 책을 고르고 난 뒤 이제 내 책을 고를 차례였다.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운 수많은 책들 가운데 내 손에 쥐어진 책은 몇 권 되지 않았다. 그간 내가 읽었던 책들은 시대 흐름에 따라 반짝 인기가 있다가 사회/제도가 변하면 자연스레 뒷전으로 물러나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이런 방법론적인 책들이 캐나다에 가서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캐나다에 가서는 아이들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추고자 온라인 서점의 육아서 카테고리에 들어가 책을 검색해 보았다.
내가 이런저런 책을 클릭하자 하단에 연관도서가 나열되었는데 그 중 한권이 눈에 띄었다. 바로 ‘디팩 초프라(Deepak Chopra)의 부모수업’이라는 책이었는데 그간 수많은 육아서를 읽었지만 처음 들어보는 낯선 저자의 책이었다. 목차를 쭉 훑어보았는데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모두 담겨있었다.
나는 책을 주문해서 받은 뒤 순식간에 다 읽었고 이 책을 쓴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저자가 쓴 책은 육아서만이 아니라 마음공부와 영성이라는 내가 처음 접하는 책들이 다수 있었다.
나는 마치 인생의 스승을 찾은 것처럼 저자의 절판도서까지 모조리 구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시작에 불과했다. 더 많은 연관도서들이 눈 앞에 펼쳐졌고 나는 그것들을 모조리 흡수하며 새로운 세계로 더 깊이 빠져들었다.
이것이 캐나다로 떠나기 직전 나의 모습이었다. 캐나다로 떠난다는 설렘도 능가할 만큼 내가 몰랐던 세상에 매혹되었다. 내가 예전에 읽던 책들은 더 이상 내 관심을 끌지 못했고 나의 내면의 변화를 가져오게 될 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해 밴쿠버까지 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