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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이시너드클럽 Sep 26. 2021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살림력을 키우는 중입니다

"삶을 살며 우리는 일상을 반복한다. 다시 말하면 반복하는 일상이 우리를 살게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중)


이제 내 나이면 일을 좀 더 제대로 해야지, 작심한 건 작년 이맘때입니다. 문제는 재질 자체가 지속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죠. 워낙 기분파인 데다 체력이 약한 탓에 기복이 심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갈피를 못 잡겠더라는 말입니다. 특히, '체력이 약하다'는 부분인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육체적인 이유보단 정신적인 문제로 판단했습니다. 돌아보면 멘탈이 무너질 때 일상의 리듬이 깨지면서 하루를 내던지며 숨을 고른 것 같거든요.


그 답을 찾는데 평소 좋아하는 사람들의 에세이나 다큐멘터리가 도움 됐습니다. 그들의 업을, 나아가 삶을 대하는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쉽고 귀한 기회였거든요. 굳이 '좋아하는' 사람들로 범위를 한정한 건 간단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자연스레 그의 말을 기억하게 되잖아요. 최소한 경청해보려 노력이라도 할 것이고요.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는 <스시 장인 지로의 꿈>, <미야자키 하야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등이, 에세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하나만 꼽자면, 단연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도움이 됐습니다.


엉뚱할 수 있지만, 내 결론은 일상을 지켜내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서두에 의미심장해 보이려 남겨둔 문장도 그런 의미입니다. 일과 관련되건 뭐건 간에 기본적인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면서 일상을 지탱해야 한다는 것이죠. 무슨 생각으로 스트레칭 하냐는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답변한 김연아 선수의 말처럼 아무렇지 않게요. 


앞서 하루키의 에세이가 좋았다고 표현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그에게 달리는 행위는 글을 쓰기 위해, 즉 일상을 지켜내는 위해 저항력을 키우는 훈련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관련 글: 일상의 리듬을 찾는 행위로서의 달리기)


"일상이 망가져서 자질구레한 일들을 방치하는 게 아니다. 자질구레한 일들을 방치해서 일상이 망가지는 것이다."


최근에 읽은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라는 책에서 건져낸 구절입니다. (이 글 서두에 인용한 문장도 동서에서 따왔습니다.) 요새 좀 더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일상을 지탱하기 위해 빨래, 분리수거, 청소 등을 꾸역꾸역 해내고 있습니다. 내게 일상을 지탱하기 위한 기본적인 행위가 살림이 된 것이죠.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일을 하는데 좋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일을 시작할 무리 없는 상태라는 의미라고 여겨진달까요. 최소한 하루를 내던질 상태는 아니라고 선언하는 듯하기도 하고요.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스스로 지쳤다고 여겨질 땐 항상 분리수거나 빨래 등 기본적인 것들이 가장 먼저 무너졌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일상을 잘 지켜내고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이면 지난 밤 진탕 먹을 술로 두통을 호소하는 와중에도 억지로 생각한다니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빨래는 하자고요.


아직도 내 방 어디에는 하루키 에세이를 보고 산 러닝화와 옷가지들이 고이 보관돼 있습니다. 머리로 금액을 헤아려 가며 스스로에게 분노해가며 일상을 지탱해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빨래 개러 가볼게요. 모두 일상을 잘 지켜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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