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프랑스 남부 외딴 시골에서 한 소녀가 태어났다. 빛과 소리를 느끼지 못하고 말조차 할 수 없는 소녀에겐 희망이 없었다. 소녀의 따뜻한 영혼을 느낀 마가렛 수녀는 물건과 손끝으로 교감하는 삶을 선물한다. 마리 외르탱의 실화를 담은 영화 속“마리이야기”처럼 어느 날 홀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며, 말하지 못하는 삶을 상상해봤다. 서서히 눈을 감으며, 두 손으로 귀를 덮었다. 잠시 뒤 내 생각과 감정은 암흑과 무 소음, 침묵으로 휩싸였다.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삶, 적어도 그것은 내겐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 없는 불행의 세상이었다.
몇 해 전. 한 사회적 기업을 찾아 나섰을 때의 일이다. 허름한 건물 계단을 올라 사무실 입구에 이르러, 드르륵 문을 열었다.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작업장을 찾아온 나를 반기는 조금은 어색한 인사가 이어졌다.
어더(어서) 오데요(오세요)
낯선 풍경, 조금은 느린 삶의 언어로 살아가는. 그래서 다른 삶의 방식이 필요했던 사람들은 그렇게 나를 맞아 주었다.
이곳은 발달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삶에 공간이다. 서너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볼펜을 조립하고, 작은 메모지와 테이프, 스티커를 종이 주머니에 하나씩 채워 넣는다. 그렇게 모두의 수고가 모아져 삶을 채워가고 오늘을 살아간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 넋을 잃고 두리번거리다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발달 장애인 사이사이 70대로 보이는 할머니들이 눈에 띈 것이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소박한 의문이 연기처럼 솟아올랐다.
원장님 여쭈어볼 게 있는데요.
발달장애인과 할머님이 함께 작업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윽이 작업장을 바라보던 원장님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담담히 대답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입니다.
발달장애인들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죠.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옆에서 다독이고 도와야 해요.
관심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일반인들은 이러한 감정에 공감하거나 관심을 갖기 어렵습니다.
삶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나이 드신 할머니들도 마음에 외로움이 큽니다.
여러 이유로 가족과 함께 못하는 삶이 노년의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사무쳐 있다고나 할까요.
우리 작업장은 단순히 일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발달장애인과 할머니들은 각자의 부족함을 메워주고, 서로에게 필요한 관심과 말벗이 되어줍니다. 단순히 일만 하며 변함없는 하루를 보낸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누군가에게 관심받지 못하고, 말할 벗이 없는 공간은 그저 생계를 위한 노동의 공간일 뿐입니다.
이곳은 생존의 노동 공간이 아닌, 꿈 터이자 행복에 터전이에요.
세상에서 소외받는 이들이 이곳에서는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주고 소통하며, 그렇게 행복을 만들어 갑니다.
문득 가족과 지나온 삶을 돌아봤다. 함께 있으며, 보고 들었던, 하지만 무수히 흘려보낸 많은 기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가족에게 가정은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며 꿈을 키우는 소통에 공간이었을까.
나에 물음은 그렇게 울림이 되어
내 안에 답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