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도 받아보고 싶다고! 필통편지

아침이 제일 바쁜 워킹맘

by 초마

"엄마, 왜 요즘엔 필통편지가 없어?"


"응, 다음 주부터는 꼭 써줄게!"


"알았어, 꼭 써줘"


초콩이가 초등 1학년이 입학하면서 나는 3월부터 매일 필통편지를 초롱이와 초콩이에게 써주었다.


학기 초였으니, 나의 목적은 학교가 끝나고 나면 몇 시에 돌봄에 가서 몇 시에 나와서 피아노학원 버스를 몇 시에 타는 것을 상세하게 적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 전날 저녁부터 말을 하고, 아침 등원길에 말을 해줘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아이들의 필통에 사랑하는 엄마의 편지를, 아니 쪽지를 써 주는 것이었다.

효과는 제법 좋았었고, 그래서 초콩이의 경우는 매일 학교 끝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몇 시에 학원차를 타야 할지 등을 적어주게 되었다.

초롱이는 사춘기가 시작될 수 있으니 미리 초롱이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으려는 나의 목표가 있었기에, 주 내용은 '너의 빛나는 하루를 엄마는 응원해!' 혹은 '너무 멋지게 학교 생활도 잘하고, 학원 숙제도 잘하니 너무 대단하다!'는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였다.


때로는 너무 화가 날 때는 필통편지 안에다가 잔뜩 나의 화를 담은 적도 사실 적지 않았다.


'매일 하기로 한 약속은 꼭 지키기!'

'엄마에게 말 예쁘게 하기!'


등등의 말을 좋게도 썼다가 반 협박조로도 썼다가 하면서 나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제는 아침에 다 같이 스타벅스로 출근하는 남편의 가방 안에도 슬며시 필통편지를 넣기 시작했다.


의기소침할 남편에게도 역시 빛나는 하루를 응원하는 말과 사랑을 가득 담아서 나의 지지를 보내주고 싶었다.


이렇게 아침에 세 개의 필통편지를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매일 똑같은 내용 아니냐며, 왜 그리 시간이 걸리냐고도 할 수 있겠지만, 매일 아침의 상황도 다르고, 그날따라 아이들의 일정 및 체크해야 할 것들도 살포시 담다 보니 후다닥 쓸 수 있는 편지가 안되었다.


특히, 남편에게는 매일 똑같은 내용의 쪽지를 쓰면 또 의무감에 이런 쪽지를 쓴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니, '할 수 있다', '좋은 소식이 햇살과 함께 올 것이다.'라는 등의 내용을 조금씩 바꾸어 써야 하기에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는데 더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이렇게 편지를 쓰면, 늘 답장은 한 명에게서만 온다.


둘째 초콩이만 간혹 하트를 그려주거나, 엄마 사랑해!라는 말로 답장을 써준다.

그럴 때면, 늘 나와 같은 대문자 F인 초콩이에게 미소가 지어진다.


조금만 더 크면 엄마가 아니라, 여자친구에게 달달한 쪽지를, 문자를 보내느라 엄마는 뒷전이겠지만, 그래도 편지를 쓰거나 쪽지를 쓸 때의 그 설렘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 이 상자 안에 쪽지는 뭐야????"


남편이 결혼하면서 작은 상자 안 가득 담아 온 것은 내가 연애하면서 그동안 주었던 편지와 쪽지들이었다.

한 번도 받고 나서 이런저런 내색을 하지 않고 있었기에, 나도 심드렁했었다. 하지만 또 편지 잘 받았냐, 답장은 왜 안 하냐 이런 말을 묻는 것도 치사스러워서, 답장은 기대하지 않고 나는 가끔 쪽지를 그리고 편지를 썼었다.


남편과 연애를 할 시절, 그 시절에도 남편은 잠시 지금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었다. 아마도 상자 가득 모아진 쪽지들은 그때 내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남편에게 커피와 함께 슬쩍 꼽아주거나, 맛있는 간식 사이에 슬며시 넣어둔 쪽지들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예쁜 편지지에 색색이 볼펜으로 꾸며가면서 응원과 사랑을 가득 보내기도 했을 터였고, 자격증 시험을 볼 때는 합격의 간절한 마음을 함께 담기도 했을 터였다.


그렇게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초초초들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고 있었나 보다.

응원과 사랑을 가득 담아서.


그런데, 초파, 초롱, 초콩!

가끔 답장은 좀 해주면 어때? 나도 받아보고 싶다고!!! 필통편지!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6화엄마의 시금치, 뽀빠이처럼 힘세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