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예요? 남자예요?

4학년 1반 철기시대

by MIRA

# 02 여자예요? 남자예요?

나는 여전히 '전학'이라는 것은 텔레비전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다.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이름은 파라다이스였다.

우리들의 첫 질문은 이랬다. "선생님, 여자예요? 남자예요?"


파라다이스는 며칠 전 우리 집 골목 끝에 이사를 온 친구였다. 이목구비가 또렷하진 않지만, 파마머리여서 한눈에 봐도 개구쟁이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전학 온 첫날부터 같은 반 친구들을 대거 집으로 초대해서 골목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친구들이 다 집으로 돌아간 다음,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파라다이스는 엄마에게 혼이 나서 홀딱 벗은 몸으로 현관 앞에서 벌을 서게 된 것이다. 그 장면을 목격한 나는 분명 전학 첫날부터 친구들을 많이 데려와서 아주머니께서 화를 내신 거라고 생각했다.

현관 한 귀퉁이에 숨어있는 파라다이스를 보며 불쌍하기보다는 창피할 것 같다는 생각을 더 크게 했다.

'왜일까? 무엇 때문에 혼이 난 걸까?' 아주머니는 무서운 엄마임에는 틀림없었다.


파라다이스에게는 형이 한 명 있었다. 가끔 우리 집에 엄마 심부름을 오기도 했는데, 당시 내 기준으로는 정말 잘생긴 사람이었다. 키가 크지 않았지만, 파라다이스에겐 없는 쌍꺼풀이 있고, 지금으로 말하면 살짝 양조위 느낌이 났다. 하지만, 농고를 다닌 것으로 보아, 생긴 것만큼 공부는 잘하진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80년대만 해도 우리 골목에 차가 있는 집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 아빠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셨고, 파라다이스 아빠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셨다.

가끔 큰길에서 나를 만나면 집에까지 태워다 주셨는데, 나는 살짝 싫었던 기억이 있다. 아저씨는 딸이 없어서 나를 예뻐하는 거라고 엄마가 말씀하셨는데, 오토바이 속도가 익숙하지 않아서, 사실 좀 무서웠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년 후 파라다이스네는 우리 골목에서 이사를 나갔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시는 아저씨를 몇 번 보긴 했지만, 파라다이스와는 한참이나 지나 다시 만나게 되었다.


스무 살이 넘은 어느 여름날이었던 거 같다. 오랜만에 강릉에 내려가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MIRA야~"

나는 주변을 여러 차례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내 이름을 부른 사람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아저씨 한 명이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 파라다이스야~"

어? 진짜? 나는 화들짝 놀랐다.

"너 왜 이렇게 아저씨같이 됐어?"

몇 년 만에 건넨 나의 첫마디였다.


그리고 얼마 후, 엄마에게서 파라다이스가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다는 슬픈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동창들 사이에도 이 일이 알려지게 되었고, 훗날 이 사실을 접한 닥터홍이 술을 얼큰하게 마신 후에, 조금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잠깐 '예전에 둘이 친했던가'하는 의문을 품었지만, 보이스카웃 유니폼을 입은 소년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우리가 스물다섯 살쯤, 나는 처음으로 내가 아는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에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사실 파라다이스와 나는 절친도 아니고, 그저 같은 골목에 살았던, 가끔 아는 척을 하던 사이였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그를 파마머리 전학생으로 기억하고, 그저 어딘가에서 내가 본 마지막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겠지 하는 느낌뿐이다.


나는 이제 중년 여성이 되었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자연스럽게 '아줌마~'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파라다이스~ 넌 언제나 우리들의 첫 전학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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