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칠방 미남이야~

4학년 1반 철기시대

by MIRA

나는 4학년 1반이 되었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남자분이셨는데, 약간 곱슬머리에 날마다 머리에 기름을 발라 아주 단정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하셨다. 쉽게 말하면, 개화기 여성들이 즐겨하는 스타일로 앞머리를 고데기로 말아 이마 위에 살짝 얹고 머리기름을 발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형태였다. 가끔 나는 선생님은 진짜 곱슬머리인지 아니면 아침마다 고데기로 머리를 꾸미신 건지 궁금했지만, 신기할 정도 단정한 모습이어서 개인적으로 나는 그 스타일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4학년은 지금의 초등학생들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고학년도 아니고 저학년도 아닌 어중간한 중학년의 특징을 보인다. 말귀를 알아듣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 행동은 그리 이성적이지 않다.

당시 우리들도 전형적인 4학년의 특징을 보였고, 주로 남학생들은 장난기가 다분했고, 여학생들은 그런 남학생들을 고자질해서 날마다 혼이 나기 일쑤였다. 선생님께서는 비교적 여학생들에게 우호적이셨고, 그래서 동창들 사이에는 남녀에 따라 호불호로 나뉜다.

#01 난 칠방 미남이야~

우리 반에는 권흑상이라는 얼굴이 동그랗고 조금 까무잡잡한 친구가 있었다. 나는 흑상이와 짝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자기가 칠방 미남이라고 했다. 팔방미남은 공부까지 잘하는 건데, 자기는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칠방 미남이라는 것이다.

나는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적어도 미남과 미인의 기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흑상이가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고,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 생각하면, 아주 아찔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1 분단에 서서 발표를 마친 흑상이가 자리에 앉다 말고 사타구니를 움켜쥐고 펄쩍 뛰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웃기려고 뛰는 줄 알았는데, 일그러지는 흑상이의 얼굴을 보니, 심각한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당시 흑상이 짝꿍은 장난기가 많아서, 담임선생님께 자주 혼이 나던 친구인데, 흑상이가 발표를 하는 동안에, 문구용 가위를 의자 위에 벌여놓은 것이다. 아마, 순진한 국민학생 기준으로는 이게 큰 사고로 이어지리라는 생각보다는 그저, 장난이나 호기심이었을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고는 일어나고 말았고, 가위는 흑상이 엉덩이 한쪽을 베어먹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화를 크게 내셨고, 우리들은 모두 놀란 토끼눈을 하고 있었다. 흑상이는 아빠가 오셨는지 금방 병원으로 갔고, 사건의 친구는 교실 뒤켠에 하교할 때까지 의자를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무릎을 꿇고 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다음 날, 흑상이는 굉장한 무용담으로 등교를 했고, 가위가 청바지를 뚫어 엉덩이에 상처가 남았다고 친구들에게 설명했다.


지금 이 시대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담임선생님은 시말서 감이다. 아마, 학부모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을 수 있고, 누군가는 위로금을 전달해야 할 수도 있었으리라.

일례로, 대학교 때, 우리 과 J가 K를 한 대 친 적이 있는데, 코뼈가 부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나는 두 사람과 모두 친했기 때문에, J와는 술을 마셨고, 그의 부탁으로 K를 보러 병문안을 가기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모종의 합의가 있었고, J는 자신의 티뷰론이 날아갔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처음으로 정과 의리로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흑상이의 사건이 있었지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싶게 여전히 장난기 많고, 담임선생님께 혼나고, 고소가 뭐예요?라는 의문이 남을 정도로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이 이어졌다.


내가 스무 살이 되던 그 해 1월, 나는 10여 년 만에 흑상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한 친구들은 앞으로를 위해 지역 향우회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 역시 그랬다. 그리고 어느 날 단체로 나이트에 갔다.

강릉은 비교적 작은 도시라서, 동창이 서로서로 엮여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날 친구 한명이 다른 테이블에서 흑상이를 발견한 것이다. 흑상이가 저벅저벅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깜짝 놀라 "어머!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흑상이는 칠방 미남이 되어 있었다. 안타깝게 여전히 팔방미남의 한 가지 조건을 채우진 못했지만, 그간 내가 만났던 남자 동창들 중에서 가장 훤칠하게 키가 컸고, 얼굴도 옛날만큼 동그랗지도 까무잡잡하지도 않았다. 수줍지만, 아주 짧고 마주 보고 춤을 췄다. 흑상이는 날렵하고 유연하게 쿨의 김성수 급 댄스를 보였다.

지금의 흑상이는 권 사장이 되었다. 내가 우리 큰오빠 여동생이라는 사실과 나 빼고 둘은 형님 동생 하는 사이라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몇 년 전 동창회에서 가위가 조금만 빗나갔으면 똥주머니를 달고 살 뻔했다는 그날의 진실과 깜짝 방문한 MARI 아들에게 지갑에서 용돈 3만 원을 꺼내 주는 멋진 사장님이다.

이 얘기를 들은 아들 YOON은 '그런 줄 알았으면, 자기도 갈 꺼였는데.......'하고 투정을 부렸다.

"권 사장, 나중에 만나면, 우리 아들 용돈 좀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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