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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Jan 31. 2024

오늘 사랑한 것

루이제 린저 - <삶의 한가운데>

오늘 하루종일 한 사람에게 빠져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 사람의 인생에. 그 사람의 이름은 니나 부슈만. 그녀는 뜨거운 사람이다. 모든 것이 되기 위해 찬바닥에 무릎을 당장이라도 꿇을 사람이고, 가시가 손에 박힐지언정 가시를 붙잡을 사람이다. 모든 경험을 하기 위해.


니나 부슈만은 너무 특별하다 못해 미친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녀의 광기가 이해가 안 되진 않는다. 툭툭 생각하지 않는 듯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대사, 도저히 융통성은 모르겠는 고집스러움. 그리고 고집스러운 신념과 삶. 그녀의 삶을 읽으면서 나는 누가 그녀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생각했다. 우리가 화재가 났을 때 불을 지핀 사람 혹은 불을 잘못 사용한 사람을 비난하지, 불 그 자체를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니나는 그랬다. 니나 그 자체가 불이었고, 오늘 하루 종일 모두가 말하는 그 '니나 신드롬'에 빠져있었다.



그렇다. 니나는 루이제 린저의 소설 <삶의 한가운데>의 주인공이다. 니나는 자신이 쓴 글이 맘에 들 때까지 글들을 다 태우거나 찢어버리고,  여러 종잡을 수 없는 남자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만났다가 헤어졌다를 반복하고,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 자신의 신념과 생각에 따라 이리저리 떠난다. 사랑이 뭐라 생각하냐고 순수한 질문을 던지다가도 목숨을 내놓아야 할 때는 언제든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 당시 목숨 하나가 파리 죽음처럼 즐비한, 나치즘의 시대에서도 어떻게든 생명을 수호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루종일 이 400페이지가 되는 소설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읽으면서 나는 간절히 니나가 꺾이지 않기를 바랐다. 누군가 그녀의 삶 속에서 그녀만의 것을 훔치겠다고 위협해도, 그녀의 고유성, 그녀의 고집은, 설령 그것이 무지에서 비롯되었더라도 지속되길 바랐다. 어쩌면 나는 니나를 보면서 나를 투영했으리라. 나도 모르게 평생 부리고 있는 고집, 어떻게든 다 경험해보고 싶은 욕망, 자유롭게 살고 싶다가도 그저 속박되고 싶은 그런 생각들. 그러나 그렇게는 살 수는 없다고 나를 채근하는 것 등등.



 마음을 어딘가에 뺏기며 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사는 요즘, 멋진 여자들에게 사랑에 빠지는 건 너무나도 쉽다는 생각을 오늘 또 하였다. 나는 오늘 니나 부슈만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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